'타협정치 구현' 대통령 뽑기 위해 투표권 행사할 때

1955년 겨울, 미국 남부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한 여성의 조용한 반항이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흑인 여성 로사 파크는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한 죄로 체포, 구금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개인의 항변을 넘어, 흑인 사회가 오랫동안 억눌려온 분노를 표출하게 만든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흑인 사회 조직적 대응
로사 파크의 체포 이후, 몽고메리의 흑인 공동체는 즉각 대응했습니다. 흑인 지도자들은 ‘몽고메리 개선협회(MIA)’를 결성했습니다. 협회는 흑인 시민들이 버스를 타지 않는 방식으로 항의하기로 결정했고, 대대적인 버스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시민들은 카풀을 조직하거나 도보로 출퇴근하며 1955년 12월 5일부터 무려 381일 동안 장기적이고 조직적으로 저항을 이어갔습니다.
이 운동은 단지 교통수단을 거부하는 행위가 아니라, 존엄성과 평등을 되찾기 위한 공동체적 결단이었습니다. 교회와 지역 사회가 중심이 되어 자원을 모으고 연대하며 일상의 불편함을 견뎠습니다. 버스 회사는 수익 급감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시 정부와 경찰은 카풀을 단속하거나 흑인 운동가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습니다.
백인 교회 지도자조차 침묵
몽고메리의 백인 사회는 보이콧에 부정적이었고, 쿠클럭스클랜(KKK)과 같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는 위협과 폭력으로 대응했습니다. 흑인 지도자들의 집이 폭탄 공격을 받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특히, 인간 존엄과 사랑을 설교하는 백인 교회 지도자들조차도 대부분 이 운동에 침묵하거나 반대했습니다. 일부 보수적인 백인 교회는 인종 차별을 신의 뜻으로 해석하며 사회운동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교회의 중립적 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경우, 지역 사회의 반발과 신도 이탈을 우려한 결과였습니다. 이 사건은 종교가 정의보다 기득권을 택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교훈을 남겼습니다.
연방법원, 위헌 판결
몽고메리 시 당국은 보이콧을 불법 시위로 규정하고 MIA 지도자들을 체포하며 법적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MIA는 끝까지 비폭력 저항을 유지하며, 이 문제를 헌법상 권리 침해로 보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956년 11월, 연방법원은 버스 내 인종 분리 조치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고, 12월 20일에는 연방 대법원이 이를 최종 확정하면서 보이콧은 승리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비폭력적 저항이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효과적으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변화의 시작, 그리고 그 이후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이 운동을 통해 비폭력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미국 민권운동의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은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 아닌, 미국 사회 전체에 커다란 울림을 준 역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보이콧으로 촉발된 변화는 1964년, 노예해방 100년 후에 ‘시민권법(Civil Rights Act)’ 제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인종 차별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세기 뒤인 2008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당선은 그 정신이 살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습니다.
4대 교훈
첫째, 사회운동은 아무리 정의로운 명분을 지녔더라도 경제적 손실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몽고메리 시는 버스 회사 수익의 약 70%를 차지하던 흑인 고객을 잃었고, MIA가 법적 대응에 들인 비용만 해도 당시 25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둘째, 연대의 힘은 약한 개인들을 하나로 묶어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그 연대를 이끄는 지도자의 정직성과 헌신은 성공 여부를 좌우합니다. 아무리 고결한 대의가 있어도 지도자가 부패하거나 신뢰를 잃으면 운동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셋째, 당시 몽고메리 시는 지역 차원에서 차별을 정당화했지만, 연방정부는 이를 헌법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사법기관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임을 이 사건은 명확히 보여줍니다.
넷째, 변화는 단번에 오지 않습니다. 보이콧이 끝난 뒤에도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시민권법 제정까지는 13년간 추가적인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사회 변혁은 인내와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보수진영에서 배출된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되었습니다. 진보와 보수 진영에 상관없이 공권력을 존중하고 사법부의 결정에 승복해야 국가의 질서가 유지됩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체제를 부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6월 3일 실시될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들은 투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의견을 피력하기 전에 스스로 권리를 행사, 정치적인 의견을 표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보다 현명하고 대화를 통한 타협정치를 구현할 대통령을 선출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조양래 프록스엔렘 대표 (유전학 박사/기능게놈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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