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원인은 러시아가 구소련의 제국적 영향력을 회복하고 주변국을 자국의 세력권 내에 두려는 전략적 목표에 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게 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정치적 분열과 지역 간 갈등,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의 실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1990~2000년대처럼 친서방과 친러 정책을 조율하며 균형을 유지했다면 러시아의 강경한 대응을 피할 수도 있었겠지만,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완전히 친서방 노선으로 기울면서 협상의 가능성이 사라졌습니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와 친서방 세력 간의 대립이 지속되었습니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레오니드 크라프추크는 독립국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러시아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이후 1994년에 당선된 레오니드 쿠치마 대통령은 친러 성향을 유지하면서도 서방과의 협력 또한 모색하는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 시기에는 강대국들의 직접적인 개입이 제한적이었으며, 우크라이나는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004년 대선에서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승리하였으나, 부정선거 논란으로 인해 ‘오렌지 혁명’이 발생한 후 재선거 끝에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집권기 동안 경제와 행정이 혼란에 빠지면서 국민들의 실망이 커졌으며, 결국 2010년 대선에서 다시 야누코비치가 승리하며 친러 정책이 부활하였습니다.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친서방 정책 강화
2013년,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협정을 거부하고 대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선택하였습니다. 이는 서방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정국을 안정시키지 못한 채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실각하였고, 러시아로 도피하였습니다.
이후 우크라이나는 급격하게 친서방 정책을 강화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였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었으며, 크림반도 및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친러 세력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014년, 크림반도에서는 친러 세력이 반우크라이나 정서를 확산시키며 러시아와의 통합을 요구하였습니다. 같은 해 2월 말,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무장 세력이 크림반도를 장악하였고, 이후 주민투표를 거쳐 러시아에 합병되었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군사 작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였으며, 서방 국가들의 지원 또한 제한적이었습니다.
이후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는 친러 반군이 무장 봉기를 일으키며 내전이 발생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강경하게 대응하였지만, 정치적 혼란과 군사적 준비 부족으로 인해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친서방과 친러 정책을 조율하며 균형을 유지했더라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동부 지역 분쟁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이후 점차 서방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NATO 가입을 추진하였습니다. 이는 러시아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되었으며, 결국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며 참혹한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을 초래한 정치 지도자들은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국민 중 25%에 해당하는 1천만 명이 자국을 탈출했으며, 1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부정부패로 인해 국방력을 제대로 강화하지 못하였고, 정치적 균형을 잃으면서 러시아의 강경한 대응을 막지 못하였습니다.
◆균형외교 전략 속 국방력·정치안정 필요
이 비극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 균형외교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질 경우, 강대국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국방력은 국가 존립의 핵심 요소입니다. 외교적 실패를 대비해 반드시 준비가 필요합니다.
내부 정치 안정과 단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권 교체나 혁명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감이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또한 이념 갈등과 정권 투쟁으로 인해 국가의 안보와 안정이 흔들려서는 안 되며, 법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내부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강대국의 개입을 막고 국가를 지키는 길입니다.
조양래 프록스엔렘 대표 (유전학 박사/기능게놈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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