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협상 거부하고 끝까지 싸우면 결국 패자 될 뿐

역사 속에서 기존 세력과 신흥 세력의 충돌은 반복됩니다. 원칙을 지키며 어부지리를 꾀하는 현명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중국 전국시대에도 이러한 권력 다툼이 벌어졌는데, 그 중심에는 진나라의 실력자 여불위와 태후(조희)의 총애를 받던 노애가 있었습니다. 이들의 대립은 단순한 정치 싸움에서 진나라의 통일 과정에서 통치방식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사건이 되었습니다.
진나라가 중국 통일을 준비하던 시기,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가 구축되고 있었습니다. 법가(法家) 사상을 바탕으로 왕권이 강화되고 경제 성장과 군사력 확충이 이루어지는 시점이었습니다. 여불위는 정왕(훗날 진 시황제)의 섭정이었던 태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국정을 운영하며 왕실의 보호 아래 강력한 정치적 입지를 다졌습니다.
노애는 원래 여불위가 태후를 위해 데려온 인물이었으나, 태후의 총애를 받으며 급속도로 세력을 키웠습니다. 처음에는 환관으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거세되지 않은 상태였고 태후와의 사이에서 두 명의 자녀까지 두었습니다. 이후 태후로부터 거대한 재산과 군사적 지원을 받으며 사실상 독립적인 정치세력을 구축하고 여불위를 정치적으로 위협했습니다.
여불위는 노애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며 그를 견제했습니다. 왕실과 기존 귀족 세력 역시 노애의 급성장을 경계하였습니다. 그러나 태후 때문에 제거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불위와 조정 세력은 때를 기다리며 노애가 스스로 실수를 저지르도록 정치적으로 압박했습니다. 결국 노애는 자신이 태후와 쌓아온 실수와 정치적인 압력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노애를 제거할 명분을 기다리며 정치적으로 압박하던 조정은 반란을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노애와 그 추종세력들이 군사를 움직여 반역을 시도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순식간에 진압했습니다. 법에 따라 노애는 체포되어 사형되었으며, 태후 역시 권력에서 배제되고 유폐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여불위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권력이 약화되었으며, 결국 자살을 선택하면서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여불위와 노애의 대립은 권력의 속성과 정치적 음모를 시기 적절하게 이용한 정왕의 친정을 위한 행보를 보여줍니다. 개인의 권력욕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 국가 전체가 불안정해집니다. 그러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정쟁을 막으면 구 정치세력의 반발과 함께 더 큰 분란을 일으킵니다.
법치를 실현했던 정왕은 그들이 싸우면서 실수할 때까지 참았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던 반란 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노애와 태후를 단숨에 제거하고, 여불위는 영광스럽게 은퇴하도록 압력을 가했습니다. 이렇게 구 정치세력을 모두 정리하고 강력한 왕 중심의 집권 체제를 확립했습니다.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고 정왕은 진 시황제로 등극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조기에 반란을 진압하면서 외국의 침입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는 현대 정치에서도 시사점을 줍니다. 협상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우는 정치집단은 단기간적으로 이길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권력 주위에서 피할 수 없는 실수들이 쌓이면 민주국가에서 정치인은 모든 결정에 대하여 여론의 심판을 받습니다. 정치 진영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면 승자와 패자 둘다 민심의 법정에 서게 됩니다.
사사로운 이익과 불명예스러운 일로 인해 정치 엘리트들이 올가미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엘리트들도 사람이니 유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엘리트들의 실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기회를 다시 주어 건설적인 미래를 지향할 수 있도록 관용을 베풀면 어떨까요.
진영이 다른 정치인들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건전한 경쟁을 하면서 모두가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조양래 프록스엔렘 대표 (유전학 박사/기능게놈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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