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프록스엔램 대표 /조양래
조양래 프록스엔램 대표 /조양래

현실 세계는 선과 악을 명확히 판별하기 어려운 반면, 소설이나 영화는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쉽게 나눈다. 심지어 정치 집단마저 선과 악으로 단순히 구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약 4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타워즈를 떠올리며, 악의 제국을 대표하는 군주이자 기계 인간인 다스 베이더를 현재 정치 상황에 비춰 소환한다. 질서와 폭압의 경계를 짚어본다. 참고로 배우 이정재가 후속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이기도 하다.

원래 다스 베이더는 우주 공화국을 지켰던 제다이 기사단의 뛰어난 일원이었던 아나킨 스카이워커였다.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군사력을 앞세운 우주 제국의 황제 팔파틴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다스 베이더로 변질됐다. 이후, 제다이 기사단과 맞서 우주 공화국과 전쟁을 이끄는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아나킨이 악의 주축으로 활동하게 된 주된 이유는 정의에 대한 잘못된 확신이었다. 당시 우주 공화국은 부정부패와 관료주의가 만연했다. 제다이 기사단은 평화를 외치면서도 전쟁을 주도하면서 개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위선적인 집단처럼 인식됐다. 또한, 토론과 협의 같은 정치적 노력은 비효율적이고 무능력한 결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아나킨은 이런 타락한 공화국을 강력한 지도자가 청소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의 실현이라고 굳게 믿었다.

또 다른 원인은 공화국을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는 그의 권위주의적 신념이었다. 아나킨은 모든 사람을 위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현명하고 능력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그는 소수의 엘리트가 권력을 장악하고 부패를 척결해야만 평화와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고 자신이 그 역할을 수행할 능력을 지녔다고 확신했다.

결국,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정의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제다이 기사단을 배신하고 악의 제국을 위해 싸우는 다스 베이더로 변했다. 이로 인해 그의 삶은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과 함께 불행해졌고, 공화국과 제국 사이의 전쟁을 초래했다. 영화는 군사력과 소수의 권력으로 이루어진 탄압을 악으로 정의하며 권선징악과 아나킨의 후회로 마무리되었다.

현실 사회에서는 결말이 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선과 악으로 이분법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기억해야 할 원칙은 있다. 권위주의적 통치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비효율적일지라도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여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을 이뤄야한다는 점이다. 폭력이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당연히 이러한 행위는 법적 심판을 받게 된다.

정치적 의견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서 위기상황에 처한 국가를 지켜 후세에 온전하게 전해주어야 한다.

최근 사태로 친구들은 물론 심지어 가족들 간에도 갈등이 나타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이처럼 분열된 양상을 특정 정당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신의 생각만 옳다는 신념은 자칫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고 정의를 외치면서도 불의를 저지를 수 있다.

스타워즈 속에서 제다이와 시스가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서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느릴지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조양래 프록스엔렘 대표 (유전학 박사/기능게놈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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