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국론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더욱 분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사이의 충돌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격렬한 대립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양측은 각자 다른 법적 근거를 제시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념과 원칙에 대한 과도한 고수로 인해 대화의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간 양쪽 모두 고유한 원리를 지키기 위해 지난 40여일 간 치열하게 대립해왔습니다. 더 늦기 전에 정치적 불안 심화와 국가 경제의 장단기적 퇴행을 막기 위해 타협을 모색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보수층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여당은 이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탄핵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반면, 야당은 비상계엄령 발표 이후 촛불집회를 열며 국민의 70% 이상이 탄핵에 찬성한다는 여론을 기반으로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탄핵안을 통과시킨 뒤에도 청문회, 특검법, 체포영장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압박하고 있습니다.
법에 정통한 양측의 정치 엘리트들이 각기 다른 이념을 바탕으로 갈등을 거듭하면서 지난 한 달여 동안 정국은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국민의 분열도 심화되었습니다. 오는 4월까지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대통령 임기 종료까지 향후 2년간 지속될 우려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규정을 해석, 판결을 내리는 만큼, 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에 따라 주관적인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탄핵 반대 여론이 높아질수록 보수 성향의 판사들이 반대할 명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4월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는다면 진보 성향 판사 2명의 임기 만료로 혼란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보수 성향 판사가 새로 임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헌재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40%가 탄핵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계엄령 발표 직후 10%에서 한 달 만에 급등한 수치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보수층이 결집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상대방을 적이자 배척의 대상으로 낙인 찍고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정치행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당분간 정치적 안정을 꿈꾸기조차 힘들게 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치솟았고 대외경쟁력도 날로 약화되는 실정입니다. 투자와 소비가 주춤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국민들의 불만은 정치권 전반으로 쏟아질 것입니다.
헌재 상황으로 보면 헌재에서 어떤 결론이 나오든지 정치적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앞으로 2년간 정치적 갈등 격화에 따른 경제 위기 심화를 피하려면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보수와 진보 세력은 각자의 명분보다 국가 이익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 교역국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여당과 야당의 정치 엘리트들은 각자의 명분을 유지하고 존중하면서도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적 대립을 넘어, 양측이 협력하여 국민과 국가를 위한 공통의 목표를 설정한다면, 현재의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최근 헌법재판관 인준 과정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당초 여당 몫을 감안, 2명만을 임명한 것은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그는 여당은 물론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정치와 경제 간에 '방화벽'을 설치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습니다.
다만 개인기에 더이상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위기는 특정 개인의 역할에 의존하기보다는, 법치와 민주주의 원칙 아래에서 정치권 전체가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나설 때 극복될 수 있습니다.
협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합의는 국민에게 안정과 희망을 줄 것입니다. 정치적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정치권이 먼저 나선다면 대다수 국민들도 지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과거에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왔으며, 이번에도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양래 프록스엔렘 대표 (유전학 박사/기능게놈학 전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