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자유로워지는 바로 그날 위해 싸웠다"

조양래 프록스엔램 대표 /조양래
조양래 프록스엔램 대표 /조양래

인권과 민주주의가 진보한 20세기 후반에도 소수의 백인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통치했다. 국민의 다수였던 흑인들은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4등 국민으로 차별을 받으며 살았다. 그들에게 ‘자유’는 허락되지 않았고, 백인들과 ‘평등’은 허상에 불과했다. 그 불합리한 구조를 깨뜨리기 위해 넬슨 만델라가 일어섰다. 그는 치열하게 저항했다. 27년 동안 감옥에 억류되었지만 억압자들을 용서하고 국론까지 통일했다. 가히 전설을 남겼다.

영국계 백인 자본가, 남아프리가 광산 산업 장악

백인들은 17세기 들어 남아프리카에 정주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중반에 다이아몬드(1867)와 금(1886)이 발견되었다. 이때 영국계 백인 자본가들이 광산 산업을 장악하고 흑인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 고용하였다. 백인들 사이에 경쟁으로 보어 전쟁(1899~1902)이 일어났다. 영국이 승리하면서 남아공 전체를 통합하였다.

1910년에 영국 식민지였던 지역들이 남아프리카 연방으로 통합되었다. 이때부터 독점하고 있던 경제를 바탕으로 백인들만의 정치 체제를 구축했으며 흑인과 유색인, 인도계 남아공인은 가장 기본적인 정치 참여권인 투표권마저 제한했다. 

남아공, 1948년 인종분리주의 정책 도입

백인은 남아공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했지만, 정치와 경제의 100%를 통제했다. 1948년, 남아공 국민당은 합법적으로 1등 백인, 2등 혼혈, 3등 아시아 인도계, 4등 흑인으로 인종분리주의 정책을 도입했다. 흑인은 백인이 타는 버스에 탑승할 수 없었으며, 같은 병원을 이용하거나 같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도 없었다. 흑인은 도시로 들어오려면 ‘통행증’이 필요했고, 정해진 구역 밖에서는 체포될 위험에 노출됐으며 고용기회는 봉쇄됐다. 

이 억압적 구조에 대해 흑인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1912년에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결성하고 초기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백인정권에 저항했다.

백인정권이 흑인을 통제한 극단적인 사건이 1960년에 발생했다. 백인경찰이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아 69명이 사망하고 180여명이 부상했다. 만델라는 이 사건을 계기로 평화적 저항의 한계를 절감하고, 무장 투쟁 조직을 결성했다.

만델라, 비밀파괴공작 혐의로 27년간 갇혀

남아공 정부의 반응은 더 강경했다. 1964년에 흑인 지도자였던 만델라를 비밀파괴공작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하고 중죄인 감옥에 1990년까지 27년간 수감했다. 아프리카민족회의는 불법 단체로 선고되었으며 만델라 지지자들의 모든 정치활동을 감시했다.

흑인에게는 언론의 자유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는 고문, 사살, 실종 등을 통해 반체제 인사들을 억압하였고, 시민들의 일상은 극도의 공포와 감시 속에 놓이게 되었다.

국제 사회는 만델라와 흑인저항운동을 지지했다. 점차 남아공 정부를 압박하여, 경제 제재와 문화 외교적 고립을 가속화했다. 동시에 남아공 내에서도 흑인 민중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졌다. 일부 백인 자유주의자, 종교계, 노동조합, 학생 운동가들도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연대하였다. 백인 정권도 경제 침체와 지속되는 사회 불안정에 따라 점차 체제 유지의 한계에 달했고 정권은 고립되기 시작했다. 결국 1990년, 만델라를 석방하고 ANC는 합법화했다.

1994년에 남아공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인종이 참여한 총선을 실행했으며, 만델라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만델라 "내가 있기 위해선 우리가 있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갈등과 혐오, 보복의 정치를 자주 목격한다. 이와 반대로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복수 대신 타협과 화해를 통한 공동체의 통합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과 흑인을 핍박했던 백인들과 타협했으며, 과거의 죄를 묻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용서를 선택했다.

그는 “나는 자유를 위해 싸웠다. 그 자유는 백인의 자유만도 아니고, 흑인의 자유만도 아니다. 모두가 자유로워지는 바로 그날을 위한 것이다. 내가 있기 위해서는 우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정한 화해를 위해 과거에 자행했던 백인정부의 잘못과 흑인사회의 상처를 공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넬슨 만델라의 말과 실천은 오늘날 한국의 정치상황 속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준다. 민주 사회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 갈등을 줄이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소통과 타협이 중요하다.

공인들은 개인이나 정당보다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들 역시 공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감정에 의존하는 대신 예비지도자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양래 프록스엔렘 대표 (유전학 박사/기능게놈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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