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피해 복구 3~4조 예상…당장 활용 가능 재난 예비비 4천억 불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지난 30일 "신속하게 집행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힌 이후 여야 간 샅바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을 할퀸 대규모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4월 중 여야 합의로 추경안 처리를 촉구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주장해 온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에 한참 못 미치는 정부 제안이라는 점을 들어 확대 편성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열린 여야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부의 필수 추경 제안과 관련,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쭉쩡이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에 규모도 턱없이 부족하고, 그것도 여야가 취지에 동의하면 그때 가서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추경편성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며 "민생과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추경 편성 요구를 한 게 몇 달 전인데, 아직까지도 추경안을 마련하지 않은 무책임에 황당함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상목 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망해야 이득이 되는 미국채에 투자할 시간은 있고, 우리 경제를 살릴 추경안을 마련할 시간은 없었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며 "보다 과감한 투자만이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의 안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과감한 추경안 편성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덕수 총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취사선택할 권한이 없음에도 자신에 대한 결정은 따르면서 마은혁을 임명하라는 결정은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헌재의 온전한 구성을 방해하고 내란을 지속시키며, 헌정붕괴와 경제위기를 키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 총리가 오늘 즉시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길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은 여야 간 쟁점이 없고 반드시 시급히 처리해야 될 예산만 담았다"며 "(정부 추경안을) 시급하게 통과시키고, 여당과 야당이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별도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야 국민께서 안심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당 비대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추경 제안과 관련해 "(정부의 추경안을) 국회에서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산불 추경'은 정치적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산불 피해 규모와 관련, "복구에 최소 3조, 4조 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안타깝게도 정부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재난 대응 목적 예비비는 4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최근 민주당도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추경을 강조했다"며 "정부는 성격상 여야 쟁점 없이 합의 처리 가능한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긴축예산이다. 4월 의회에서 관련 추경이 신속히 처리될 수 있기를 바라고 민주당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후 주재한 경제관계장관간담회에서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정협의회에서 합의된 '재난·재해', '통상 및 인공지능(AI)', '민생 지원' 총 3개 분야 비쟁점 사업을 중심으로 4월 중 추경 처리를 국회에 제안했다.
최 부총리는 "여야가 필수 추경의 취지에 동의해 주신다면 정부도 조속히 관계 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추경안을 편성,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산불 피해 후속 조치로 등장한 필수 추경 제안이 다수 의석을 쥔 민주당 주도의 '예산 칼질'을 막을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순감된 예비비 약 2조원을 추경에서 되살리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제안한 35조원 규모의 추경안에는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인 민생회복소비쿠폰(약 13조원)과 지방정부 지역화폐 발행지원(2조원) 등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재명표 예산' 반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권 산불 사태'에 사용할 산불 추경인지, '이재명표 예산'까지 수용한 대규모 추경이 될지를 놓고 당분간 여야의 밀고당기기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