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전 확정판결 '불가능'…대통령 당선 이후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 시 보궐선거
김문기 골프·백현동 발언 유죄 판단…"표현 의미,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해석해야"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고 항소심에선 무죄선고를 받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이날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재판받게 된다.
정치권에선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격'이라며 이 후보가 엄청난 악재를 짊어진 채 선거운동에 나서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판 절차를 감안할 경우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 확정 판결이 내려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전망이다.
'피선거권 박탈 예정자'라는 멍에에도 불구,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서울고법은 후속 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한 뒤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되면 이 후보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이 경우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A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데다 이 후보가 과거에도 선거법 위반 전력이 있는 만큼 서울고법에서 1심과 비슷한 형량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선고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과 관련, 이 후보 재판이 늦어진데다 1심과 2심 판결이 정반대로 나온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대법원의 판단 취지에 기속되기에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종전 2심에서 이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법원 내규에 따라 제외되고 새로운 재판부가 선임된다.
2심에서는 양형인자를 수집,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하게 된다.
B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자료를 넘기는데에만 2~3일 걸린다"며 "이 후보 측에서 적극적인 소명에 나설 것인만큼 이번 대법원 심리처럼 일정을 서두르는 것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C 변호사는 "이 후보 측이 재상고 등을 통해 최대한 시간을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이 후보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관련된 '골프 발언'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의 '백현동 발언' 모두를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은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골프 발언'은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2심 판단처럼 다의적인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해외출장 기간 중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단언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가 의무조항을 들어 용도지역 변경을 압박했다'는 취지와 '국토부가 의무조항을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2심은 백현동 발언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다"고 질타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 대법원은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발언은)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2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과 관련, 후보자의 어떤 표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표현의 의미는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허위의 사실' 판단와 관련,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좌우할 수 없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인지, 아니면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0명이 같은 의견으로 이같이 판단했고, 이흥구·오경미 등 대법관 2명은 이 후보의 골프 발언,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 다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 검찰 공소사실과 같이 해석해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 후보는 2021년 대선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고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하고, 국정감사에 나와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1월 1심은 이 대표의 '김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과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 변경에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 발언을 허위 사실이라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3월 2심은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은 '행위'가 아닌 '인식'에 대한 발언이라 처벌할 수 없고, 국토부 협박 발언도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며 무죄로 뒤집었다.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국민의 관심이 지대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이 후보의 피선거권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달 22일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해당 날짜와 24일 두 차례 합의기일을 여는 등 이례적으로 빠르게 사건을 심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