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널리 팔리는 나이키와 이를 모방한 나이스라는 브랜드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한 강연자, 혹은 목회자일 수도 있는 사람이 이 두 브랜드를 소재로 하는 예화를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옛날에는 부잣집 애들은 나이키를 신고, 가난한 집 애들은 나이스를 신었다. 신발을 꺾어 신으면 멀리서 구분이 안 되니 일부러 꺾어 신고,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빈곤의 경험을 유머로 풀어내며 공감과 연민을 끌어내려는 듯하지만, 다양한 사회적 해석을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강연자의 청중에 대한 심리적 지배이자 가스라이팅이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이얘기에는 시대상과 경제적 상황이 담겨 있지만, 단순한 유머로 소화하기에는 그 이면에 계층 차별과 정체성의 낙인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름의 메시지를 담아 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복잡다난한 퍼즐이다
이 예화는 계층을 나누는 무의식적 갈라치기를 내포하고 있다. ‘나이키를 신은 아이는 부잣집, 나이스를 신은 아이는 가난한 집’이라는 단순한 대조가 곧바로 사회적 계층을 구분 짓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풍자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으나, 듣는 이에게는 소외감이나 열등감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신발을 꺾어 신는다’, ‘빨리 뛰어야 한다’는 식의 설정은 가난함을 희화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누구는 유쾌한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과거를 웃음거리로 소비당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예화는 유머를 빌미로 계층 간 우열 구조를 은근히 각인하는 작용도 한다.
‘나이키를 신은 아이는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라는 식의 무의식적 연상은 물질적 차이가 곧 인간의 가치나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청소년기의 정체성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자존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예화가 정치적 맥락에서 활용될 경우, 특정 계층의 피해의식이나 분노를 자극하는 데 사용될 위험도 존재한다. 가볍게 던진 농담이 특정 집단의 감정을 자극하고, 그것이 사회적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브랜드 간의 대비는 단순한 구분을 넘어 사회적 평가 기준으로 작동한다.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를 되짚고, 계층 차이를 내면화하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재미로 들은 예화 하나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예화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문제는 다양하다. 인간의 가치를 브랜드를 통해 판단하게 만들거나, 과거의 가난을 웃음의 소재로 삼아 열등감을 조장하면서 결국 약자의 정체성을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만든다. 나아가 이러한 프레임은 특정 계층에 대한 적대감이나 분노를 유도하며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낳기 마련이다.
이런 예화는 단순한 웃음을 유도하기보다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성찰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같은 경험을 나누더라도 열등감이 아닌 회복과 연대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소년과 아이들에게는 물질이 아닌 인간 내면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나이키와 나이스’라는 예화는 친숙하고 정서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이지만, 그 안에는 무심코 계층 차별과 사회적 낙인이 숨어 있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듣는 사람의 경험과 정서에 따라 그 예화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분열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선의의 의도로 사용되더라도, 이러한 예화는 그 전달 방식과 맥락에 있어 세심한 주의와 신중함이 필요하다.
양지청 글로벌개발원 대표 회장 / 그로스본 Founder / 글로벌 경제산업 연구원 원장 / KAIST·서울대학교 교수 역임 / 경제학박사·공학박사 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