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6월께 미국 유명지에 실린 한 서평이 주목을 끌었다. 바로 ‘Power and Progress Review: Technology and the New Leviathan’이다. 좀 생각이 다른 내용도 있어 메모를 한 분들도 많았을 것 같다.
한마디로 기술혁신을 시장에 맡기지 말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분들은 일부이긴 하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볼 내용이 있다고 보기에 이 시점에 논의해 본다.
주장의 요지는 국가가 기술혁신을 관리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일부 계층한테만 돌아간 점을 지적하며, 시장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늘 공동체에 최적의 결과를 보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은 최근 1000년에 이르는 경제사를 살펴보고 분석했다고 설명한다. 중세 유럽에서 농업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이 기술을 통해 추가이익이 생기게 된다. 축적된 부는 귀족 계층이 독식했다. 산업혁명 당시에도 생산성이 높아진 뒤에도 영국 노동자의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최근 인공지능(AI)이 등장해 업무 효율이 크게 발전하고 임금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현대 사회의 업무 자동화와 정보의 홍수, 사생활 감시 등의 문제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정부가 시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학자들은 "역사적으로 공동체의 이익은 엘리트 계층이 신기술에 따른 이익을 독점하지 못했을 때 극대화됐다"며 "현대 국가는 권력을 동원해 개인의 정보 독점을 막고, 노동자 친화적인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 생각에 족쇄를 채우자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해 인류가 얼마나 큰 혜택을 보고 있나. 에디슨이 연구를 하자고 하면 국가에서 "에디슨님 돈 대줄 테니 연구해보세요"라고 했을까.
누구는 투자해서 완전 대박이 나기도 하고 누구는 쪽박을 차기도 한다.
소니가 한때 엄청 잘나갔지만 시대의 흐름이었던 디지털 혁명을 제대로 타지 못해 힘들어졌다.
소니는 1975년에 베타맥스라는 비디오테이프 규격을 개발, 출시했지만, 마쓰시타 전기는 JVC에서 만든 VHS라는 경쟁 규격을 밀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기까지 비디오카세트 레코더의 표준을 두고 벌어진 비디오 포맷 전쟁의 일환이었다. 소니는 기술력이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늘리기보다는 자사 기술을 표준화하는 전략에 매달렸다는 점도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닥의 판단 착오도 늘 거론되는 이슈다. 코닥은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1970년대에 개발한 뒤 기존 필름시장의 잠식을 고려해 미루다가 소니의 반격에 망했다.
코닥에 투자해 큰 손해를 보았을 수 있고 소니에 투자해 이득을 보다가 손실을 당했을 것이다.
요즘 연구자들은 길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관이 제시한 기획연구에 따라 연구를 한다는 의미다.
실리콘 밸리에는 수많은 연구 벤처들이 있고 엔젤투자자들이 있다. 대박의 신화를 꿈꾸며 창업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끝까지 가지 못한 그룹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중요한 대목은 이렇게 해본 경험이 결국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일런 머스크는 극단적인 사례에 해당되는 인물이긴 하다. 스타링크 프로젝트, 테슬라 사업, 스페이스 X, 뉴럴 링크 사업 등 이런 사업을 한국에서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했을 때 한국의 자본가나 돈 있는 사람들이 "너 한번 해봐라"라며 투자를 했겠느냐라고 질문해 본다.
뉴럴링크란 회사는 미국의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개발 업체다. 인간의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 AGI(인공일반지능)의 구현이 현실화되어 향후 인간에게 미칠 위협이 우려되자, 인공지능으로부터 밀리지 않고 인간의 지능을 증강시키기 위한 기술로 소개되었다.
인간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감각 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가 말초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뇌는 말초신경에 생체 반응 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과정은 전기 신호를 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을 통해 발생한다. 이 분야도 임상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독창적인 사업에 매달렸다가 망해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미래를 대비하주는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출구(exit)는 기업인수합병(M&A)시장 활성화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
과거에는 엄청난 빈곤으로 고통을 받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수없이 많았다. 2000년대 들어 절대빈곤율이 낮아진 상태다. 기술발전의 혜택을 공유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들은 생산성 향상, 편리성 제공, 물가 하락 등의 성과를 갖고 올 수 있다.
신이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준 것은 단 하나, 하루 24시간일뿐인지 모른다. 융복합 노력의 결과물은 도처에 흘러 다닌다. 선택도 시장의 몫이다.
양지청 글로벌 경제산업연구원장 (다빈치학회 포럼 회장/전 카이스트 서울대 교수/경제학박사·공학박사 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