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작업 동력 상실…"각 정당 대선주자, 개헌 골자 공약으로 제시해달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9일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을 사흘 만에 철회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따라 6월 3일 대선 이전 개헌 작업은 사실상 동력을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 상황에서는 대선 동시 투표 개헌이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판단한다"며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제 정당의 합의로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잘 하셨다"며 환영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6월 3일 대선일에 개헌 국민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며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제안했지만 당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우 의장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 7일 우 의장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뒤에도 입장문을 통해 "국회 양 교섭단체 당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영한다. 개헌은 제 정당간 합의하는 만큼 하면 된다"며 개헌 의지를 불살랐던 바 있다.
우 의장은 자신이 입장을 선회하게 된 이유를 야당의 정국 수습 우선 입장과 국민의힘, 한덕수 총리 탓으로 돌렸다.
그는 "위헌·불법 비상계엄 단죄에 당력을 모아온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이 당장은 개헌 논의보다 정국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개헌이 국회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이라면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해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안정적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선·개헌 동시투표) 제안에 선행됐던 국회 원내 각 정당 지도부와 공감대에 변수가 발생했다"며 "현재로선 제기된 우려를 충분히 수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며 향후 다시 각 정당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변명했다.
제안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반복한 개헌 시도와 무산의 공회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라며 "대선 전이 대통령 임기를 정하는 4년 중임제를 합의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제안 당일에도 밝혔지만, 4년 중임제에 대해서는 이미 각 정당 간 상당한 수준으로 의견 수렴이 이뤄진 상태"라며 "파악된 사회 각계의 의견과 국민 여론도 흐름을 같이 한다. 이를 구체적인 개헌안으로 합의하려면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기 전에 매듭을 짓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조기 대선은 헌정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헌법 절차"라며 "12·3 비상계엄이 파괴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 합의의 내용, 개헌의 골자를 각 정당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자신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이 내각제 개헌과 다름없다는 민주당의 비판과 관련해 "저는 내각제 개헌을 주장한 적이 없다"며 밝혔다.
우 의장은 "대통령제는 6월 민주항쟁의 결실로, 이를 버리는 내각제는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며 "어떤 이유로 저의 개헌 제안이 내각제 개헌으로 규정됐는지는 알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합리적 토론을 위축시키고 봉쇄하는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