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8명 중 정계선 1명만 인용 의견…홍준표 "헌법논리 충실한 재판"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24일 기각했다.

계엄 사태와 관련해 형사 재판, 탄핵소추 등에 넘겨진 고위 공직자 중 사법기관으로부터 본안 판단을 받은 사람은 한 총리가 처음이다.

국회는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공모하거나 묵인·방조했으므로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이날 오전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 탄핵심판의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관 5명은 기각 의견을, 1명은 인용 의견을, 2명은 각하 의견을 냈다.

한 총리는 총리 시절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했으며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으며,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바 있다.

정계선 재판관도 "한 총리, 계엄·내란 관련 위헌·위법 없어"

그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 중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관련’에 대해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지를 주목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과 관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각 의견을 낸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와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5명의 재판관은 “기록에 의하면, 한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 않았다는 등의 사실을 인정할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도 한 총리의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관련에 대해서는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면서 한 총리의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관련 등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더 이상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관 4명 "한 총리, 헌법재판관 불임명은 위헌"

헌재는 국회가 한 총리의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총리 기준(151석)을 적용한 것은 타당하다며 각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건의 기각과 인용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에 들어갔다.

기각 의견을 밝힌 5명 재판관 가운데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4명은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12·3 비상계엄 사태 적극 가담 △계엄 직후 당·정 공동 국정운영 구상에 대해선 위헌이라고 판단할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이어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 방기 의혹에 대해서도 “피청구인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은 실질적 기간은 약 10일 정도에 불과하다”며 “피청구인은 특검 후보 추천 의뢰의 적절성 및 그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정이 엿보인다”며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4명 재판관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은 것을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당시 재판관 선출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국회로부터 재판관 선출 통지를 받기도 전에 국무회의나 담화문 등을 통해 여야의 합의를 전제로 재판관을 임명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하는 등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미리 종국적으로 표시함으로써 헌법상의 구체적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청구인의 재판관 임명 거부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헌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목적 또는 의사에 기인했다고까지 인정할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발견되지 않는다”며 “당시 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던 와중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로 피청구인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역할과 범위 등에 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파면사유까지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김복형 재판관 "한 총리, 법 위반 사실 없어"

기각 의견을 낸 5명 재판관 중 한 명인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의 재판관 불임명도 위헌이 아니라며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에는 법 위반이 없다고 봤다.

김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재판관 임명 의무는 국회로부터 재판관 선출 통지를 받은 이후 발생하는데 한 총리는 국회의 재판관 선출 통지 후 국회가 선출하는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고 밝혔다.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도 '즉시 임명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일하게 파면해야 한다는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방기하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은 특검법·헌법·국가공무원법 등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고, 재판관 임명 거부와 더불어 파면할 만큼의 잘못이라는 점을 인용 의견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비상계엄을 둘러싼 각종 사건에 대해 특검을 통한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질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돼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법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특검법의 목적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며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헌재의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등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했으므로 중대한 위헌사유에 해당한다”면서 한 총리를 파면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 체제'를 꾸리려 시도하고 윤 대통령 관련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조장·방치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권한대행 탄핵소추 의결 정족수, 대통령 기준 판단해야"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 기준(200석)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하는데 총리 기준(151석)이 적용됐으므로 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한 총리 측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에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 반발, 정형식 재판관과 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고,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달리 말해 재판관 2명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3분의 2로 판단한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보면 헌재 재판관이 사실상 7대 1 상태로 구성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며 "윤석열 대통령 복귀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 "이제 좌우 없어…우리나라 발전하는 게 정말 중요"

한 총리는 이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직후 오전 10시21분쯤 정부서울청사로 출근,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에 복귀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지 87일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우선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지정학적인 대변혁 시대에 우리 대한민국이 발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과 정치권과 국회와 힘을 합쳐 최선을 다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무엇보다도 총리가 직무 정지 중인 그러한 국정을 최선을 다해 이끌어 준 최상목 권한대행과 국무위원 한 분 한 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어 “우선 급한 일부터 추스려 나가도록 하겠다”며 “제가 앞장서서 통상과 산업 담당 국무위원, 민간과 같이 민관 합동으로 세계 변화에 대응하면서 대응을 준비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우리 모든 국민은 이제는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좌우는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 오로지 우리나라가 위로 앞으로 발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산불 피해와 관련, “정말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날 오후 중 이재민 등 산불 피해자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2월 16일 대구 FC 개막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홍준표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이 2월 16일 대구 FC 개막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홍준표 페이스북) 

한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뒤늦은 판결이지만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헌재의 기각 판결을 환영 합니다"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진영논리에 의거한 재판이 될줄 알았는데 판결문을 읽어보니 헌법논리에 충실한 재판이어서 안심 했습니다"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도 조속히 기각 하여 국정 정상화를 할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헌재에 강력히 요청합니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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