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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김선우 칼럼니스트 (저스트큐 대표)

새벽배송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선 코스트코, 그 의도는?

  • 입력 2022.07.0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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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Seattletimes/
/이미지 출처=Seattletimes/

 

인터뷰에서 ‘한국만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라고 말한 한 대형 유통 할인매장 회장이 있다. 바로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갈 회장이다. 그는 2011년 은퇴한 이후 한 미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코스트코 지점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에 있다. 환상적이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It’s in Korea. It’s fantastic. I start to tear up just thinking about it.)”라고 답한 바 있다. 2022년, 상황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코스트코는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 중 업계 선두주자이자 매출 1위 기업으로서, 여전히 국내 오프라인 유통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1월 발표한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3%, 24.3% 증가하였으며, 특히 연매출은 최초로 5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COSTCO WHOLESALE/
/이미지 출처=COSTCO WHOLESALE/

 

코스트코의 정책에는 몇 가지 특이점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회원제 판매만을 고집한다는 것이었다. 코스트코에서 제품을 일반적으로 구매하려면 소비자는 연회비 38,000원의 회원권이 필요하며, 회원권은 연 단위로 갱신할 수 있다. 국내에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은 코스트코가 한동안 유일했고 코스트코에서만 구매 가능한 수입 품목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적 오래 유지될 수 있었고 아직도 유지 가능한 정책이다. 또다른 특징이자 이번 글의 주제와도 연관있는 특징은 코스트코는 오프라인 판매만을 고집해왔다는 점이다. 코스트코는 한국 법인 설립 이래 줄곧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해 왔고, 코로나 19 확산기에 다른 유통 기업들이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힐 때도 오프라인에 여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런 코스트코가 이번달부터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통업계는 일견 의아한 시선을 보였다. 오늘 이 글에서는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으며 현재 어떤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고, 왜 유통업계가 코스트코의 새벽배송 서비스에 의아한 시선을 보냈던 것인지, 그럼에도 새벽배송 시장에 새롭게 진출한 코스트코의 생각은 무엇인지 짐작해 보려고 한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2015년 마켓컬리가 문을 열었다. 고객들은 늦은 밤에 주문하더라도 다음날 아침 필요한 물품이 배송되는, 익일 배송을 뛰어넘은 새벽 배송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 고객의 니즈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여러 기업이 이 니치 시장을 공략했다. 새벽배송 시장은 특히 코로나 19를 겪으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에는 100억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5조원까지 커졌고, 교보증권에 따르면 2023년 시장 규모는 11조 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이미지 출처=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주요 새벽배송 시장 플레이어들로는 점유율 순서대로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오아시스마켓이 있다. 먼저 새벽배송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업체인 쿠팡은 신선식품 분야에서 ‘로켓프레시’라는 이름의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21년 로켓프레시의 매출은 2조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로켓프레시는 다른 새벽배송 경쟁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취급 품목의 다양성에서 큰 강점이 있다. 공산품, 생활용품 등 기존의 쿠팡 로켓배송 품목들 중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한 상품들이 많아, 식품 위주로 새벽배송하는 여타 업체들과 차별점이 있다. 또한 물류 인프라 강자답게 전국 대부분 지역에 배송이 가능하다. 한편 마켓컬리는 식품 라인업에 확실히 특화된 모습이다. 친환경, 유기농, 수입 먹거리, 밀키트, 유명 식당이나 카페의 메뉴 등 취급하는 품목에서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월 이용료나 최소 주문금액은 따로 없고, 대신 일정금액 이하 주문 시 배송비가 추가된다. SSG 닷컴은 2019년 6월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언급한 기업들 중에서는 비교적 후발 주자에 속한다. SSG 닷컴 새벽배송만의 특이한 점은 다음날 아침 뿐만 아니라 2, 3일 뒤에 배송받는 것까지 날짜를 미리 지정해둘 수 있다는 것이다. SSG 닷컴 새벽배송은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풀필먼트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새벽배송 업계들 중에서 쿠팡이 비식품 분야를, 마켓컬리가 식품 분야를 날카롭게 파고들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명확한 소비자 후킹포인트가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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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를 겪으며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이 우후죽순 늘어났고, 시장은 점차 치킨게임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화해 갔다. 새벽배송은 야간 배송인력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1.5배 이상 높고, 주된 배송 품목인 신선식품 배송을 위한 콜드체인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유통 단가가 높다. 기업들은 고비용 구조를 가격에 반영했다. 새벽배송 대상 물품의 온라인 구매가를 일반적인 판매가보다 높게 형성했다. 그러나 이 시장에는 대기업들과 스타트업까지 여러 기업이 진입했고, 경쟁을 위해 당분간 높은 마진은 포기해야 했다. 말그대로 포화시장이었다. 높은 판관비를 감당하지 못한 기업들은 새벽배송 사업을 철수했다. 롯데그룹의 롯데온과 BGF그룹의 헬로네이처가 각각 사업시작 2년, 6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남아 있는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그다지 좋지 않다. 2021년 기준 이익을 보고 있는 기업은 오아시스마켓 한 곳에 불과하고 규모는 57억원 정도이다. 나머지 기업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쿠팡은 약 1조 8000억원, 마켓컬리는 2177억원, SSG닷컴은 1079억원이다. 모두 2020년에 비해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씩 적자폭이 증가했다.

이 시장에 코스트코가 가세했다. 코스트코의 새벽배송 서비스 개요는 다음과 같다. ▲과일/채소 ▲치즈/버터 ▲베이컨/소시지 ▲두부/샐러드/간편식 ▲음료/우유/요거트 라는 다섯 가지 취급 품목에 대하여 오후 5시까지 5만원 이상 주문을 마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되는 형태이다. 배송 지역은 서울 전 지역, 경기/인천 일부 지역이며 배송은 CJ 대한통운이 담당한다.

 

/이미지 출처=코스트코/
/이미지 출처=코스트코/

 

아직은 시장 진입 초기다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점차 확대되고는 있지만 취급 품목은 현재 수십 가지로 제한적이고, 배송 지역 또한 한정적이다. 배송을 위한 최소 주문 금액이 5만원으로 경쟁사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12만원에 비해 낮긴 하지만, 온라인 구매가가 오프라인 매장가보다 약 5% 정도 높다는 관측이 있다. 경쟁사들이 온라인 구매가와 오프라인 매장가의 차이를 1000원 내외로 책정하고 있는 데 반해 코스트코의 온라인 가격 경쟁력이 좋다고 볼 순 없다. 또한 미국 본사의 방침과 동일하게 ‘품목별 배송비’를 부과하고 있어 묶음 배송에 따른 가격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코스트코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자체 PB 상품을 갖추고 있고 코스트코에서만 구매 가능한 품목들을 유통하고 있다는 뚜렷한 강점이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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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기업들도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사업을 철수한 기업들도 있는 새벽배송 시장에 코스트코가 가세했다. 코스트코는 어떠한 생각일까? 당장은 적자가 예상되지만 그것을 뛰어 넘을 미래의 금전적 유인이 있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즉, 새벽시장의 여전한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36%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코스트코가 새벽배송 서비스를 개시한 카테고리인 식품 품목은 국내 온라인 시장 침투율이 여전히 28%에 머물러 있다. 즉 식품 분야는 온라인몰 성장 여력이 다른 품목에 비해 높다. 전반적인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 둔화의 영향을 당연히 무시할 순 없겠지만, 식품 카테고리에 있어서만큼은 온라인몰은 여전히 진입하기 늦지 않은 시장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새벽배송 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해볼 수 있는 또다른 요인들로는, 코스트코는 직접 인프라를 확충하기보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를 활용하기로 결정해 거액의 투자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또한 창고형 할인매장 특성상 제품은 원래부터 포장을 뜯어 낱개로 제공하지 않고 대용량 벌크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포장을 위한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고객의 주문으로도 배송 차량 부피를 많이 채울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이다. 마지막으로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에도, 마켓컬리가 식품 고급화 전략을 사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코스트코에서만 취급하는 품목들이 많기 때문에 날카로운 후킹 포인트를 갖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소비자는 코스트코의 PB상품인 커클랜드 생수를 사기 위해, 코스트코에서만 취급하는 베이커리를 사기 위해, 코스트코를 이용할 것이다.

물론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수익성 개선을 꾀해야 하는 시점에 고비용 저수익의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것은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스트코가 NO배송 오프라인 판매 정책을 고집하며 압도적으로 절약해 왔던 판관비에서 지출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임은 자명하고, 어쩌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연회비를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 또, 코스트코의 주요 소비자 중에는 개인이 아니라 음식점을 경영하는 외식사업자도 있는데, 이들의 경우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외식사업자는 식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장바구니에 담는 것을 선호하고, 보다 낮은 가격으로 원재료를 구매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고객 중 온라인몰을 이용하지 않는 이탈 고객이 발생한다는 것은, 고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규모의 경제 달성에 방해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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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코스트코는 수익을 당분간 줄이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선택을 했다. 한국시장 진출 이후 코로나를 겪으면서까지 지난 22년간 코스트코가 보여준 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코스트코의 결정이 놀랍기는 하지만 동시에 어떠한 저력을 보여줄지 또 한편으로는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코스트코가 2022년 새벽배송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을 성공하게 되면, 이커머스 유통 전문기업 저스트큐를 비롯한 여러 유통사,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사 등 여러 다른 기업들에게도 좋은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상황과 시장 플레이어들의 상황을 종합해서 고려해보았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오려면 성장 정체기가 본격적으로 찾아오는 2024년 말까지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코스트코의 새벽배송 서비스의 향방에 당분간 관심을 기울이고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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