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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김선우 칼럼니스트(저스트큐 대표)

침체된 이커머스 시장... 기업들의 전략은?

  • 입력 2022.06.01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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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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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코로나 19가 불러온 이커머스 열풍을 타고 연평균 20%대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커머스 유통 기업 저스트큐(JustQ)도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이 뒷받침해주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훈풍이 부는 시장상황 속에서 이커머스 기업들은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키우기에 한창이었다. 당장의 수익성을 쫓기보다 우선 몸집을 키워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소위 ‘계획된 적자’ 전략이었다. 많게는 수조원의 적자까지도 감수하며 점유율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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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코로나 19가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온라인 소비 일부가 다시 오프라인 유통으로 이동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올해 이커머스 성장률은 14%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의 이커머스 시장 상황은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재작년과 작년 수혜를 입었던 이커머스 관련주들이 대부분 올해 상반기 들어 주가 폭락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주가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하여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고, 쇼피파이 주가는 올해 초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현시점 기준 작년말 고점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원인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여러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성장률 둔화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아마존은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7.3% 증가하긴 했지만 21년 만의 최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쇼피파이도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41% 증가하긴 했지만 성장률 자체만 놓고 보면 코로나 19 이전 수준보다 하회하는 수준까지 낮아졌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시장 성장률 둔화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 30%를 넘기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은 시장 침체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장 점유율 30%를 넘긴 기업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점유율 1위 기업인 네이버도 아직 시장 점유율 17%에 불과한 상황이다. 네이버와 쿠팡, 그리고 SSG까지, 상위 이커머스 기업들의 1위 자리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고, 어느 한 기업이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4위 이하의 기업들은 밀려나게 될 것이다.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간절하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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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전략은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규 고객을 끌어오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인 인수합병은 시장 점유율을 즉각적으로 확실하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이다. GS 리테일은 작년 요기요 등 총 8곳에 인수와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이어서 푸드 스타트업 쿠캣을 인수했다. 미디어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활용해 MZ 세대를 타겟팅해보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에게 이베이코리아를 내줬던 롯데는 올해 초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GS 리테일 점포 수를 거의 따라잡았다. 롯데는 새롭게 확보한 점포들과 물류센터를 퀵커머스 거점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그 밖에 SSG닷컴, 오아시스 등도 만약 올해 계획된 IPO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확보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러한 인수합병 방법은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또 합병하려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요즘 같은 침체된 시장 상황에 막대한 자금을 인수합병에 투입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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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두 번째 방법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모든 시기에 통용되는, 얼핏 보면 당연한 전략 같을 수 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인수합병 전략보다는 더 적절하고 더 많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취해야하는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올해는 이커머스 기업 간의 고객 확보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먼저 SSG는 지난해 인수한 지마켓과 스타벅스 멤버십을 통합하여 스마일클럽 멤버십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현재는 주로 온라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하반기 내로 이마트 등 오프라인 혜택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세계 그룹의 여러 계열사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스마일클럽 멤버십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약 300만명의 회원과 앞으로 추가로 유입되는 회원들까지를 얼마나 락인할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겠다. 특히 구독 멤버십 개념은 이미 쿠팡의 로켓와우, 네이버의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11번가의 우주패스 등 쟁쟁한 경쟁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때문에 스마일클럽 멤버십이 이들 경쟁사들로부터 얼마나 고객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쿠팡도 로켓와우 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후킹포인트였던 로켓배송에 대한 투자 확대를 이어 나갈 것이고,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 컨텐츠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특히 빠른 배송 시장에 있어 아직까지 쿠팡이 지배적인 위치기는 하지만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네이버는 CJ대한통운 등과 합작으로 출범한 자체 풀필먼트 동맹인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통한 빠른 배송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신선식품과 의류 등 버티컬 커머스 기업들이 시장 비중을 굳건하게 차지하고 있던 분야들에서 네이버가 비중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해 봐야겠다. 그 밖에도 네이버가 가진 날카로운 무기가 국내 최대 규모의 스마트 스토어, 그리고 많은 입점 점포 수에서 오는 상품 다양성이었던 만큼, 공급자들과 상생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는 전략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된다. 쇼핑라이브와 빠른정산 등 공급자 편의 지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유효한 전략일 것이다. 공급자 편의를 보장해주는 것은 상품 다양성을 키워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오게 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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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커머스 기업들은 성장률 침체와 불확실성 속에서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수익구조를 과감히 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 측면에서 지난해까지 유효했던 ‘계획된 적자’ 전략을 계속해서 가져가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만약 수익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올해는 성장률 둔화로 그치지 않고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역성장 기업도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수익성 개선 방식은 멤버십 가격 인상이다. 멤버십 가격 인상은 영업 손실을 당장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다만 단순 산술식으로 (기존 고객 수) x (가격 인상폭) 만큼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제공되는 서비스에 비해 멤버십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는 고객들도 이탈할 것이고,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지만 자동 갱신되는 멤버십에 큰 신경을 쓰지 않던 유령 회원들은 멤버십 인상을 계기로 서비스를 해지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멤버십 가격을 인상하는 기업들은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멤버십 서비스를 일정 부분 보완해야 한다. 올해 들어 가장 먼저 멤버십 가격을 인상한 이커머스 기업은 쿠팡이다.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 요금과 쿠팡이츠 수수료 구조를 재정비하며 수익률 개선을 꾀했다. 로켓와우 멤버십은 기존에 월 2900원이라는 가격에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을 흡인하는 매력적인 수단이었으나 동시에 쿠팡 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쿠팡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로켓와우 멤버십 이용료를 월 4990원으로 인상하였고, 이번 가격 인상으로 기존 회원만 고려했을 때 연매출과 이익이 각각 125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증권가는 분석했다. 고객 이탈도 계산에 물론 포함해야 하겠지만, 쿠팡의 로켓와우 멤버십은 다양한 상품군에 대하여 당일배송, 무료반품 등의 서비스를 거의 독보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 이탈이 유의미하게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물론 쿠팡 입장에서는 고객의 지속적인 락인을 위한 물류 투자, 서비스 품질 개선 및 OTT 컨텐츠 발굴 등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쿠팡은 수익성이 가장 높은 자체 PB 상품 자회사 씨피엘비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 출신 패션 담당 부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특히 패션 카테고리 PB 상품으로의 진출을 예상해볼 수 있다. PB 상품은 마케팅, 브랜드 개발 등의 비용 투입이 없고, 오픈마켓 시장에서 다년간 쌓아 온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서 출시할 수 있다.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제품을 골라 출시할 수 있어 성공 가능성도 높고 수익성 또한 높아 매력적인 옵션이다. 한편 적자 사업을 정리한 기업들도 있다. 최근 롯데쇼핑(롯데온)과 BGF리테일(헬로네이처)은 새벽배송 사업을 철수했다. 마켓컬리, 쿠팡, SSG가 새벽배송시장 점유율의 80% 가량을 가져간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흑자전환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던 듯하다.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선두주자들에 비해 물류 투자비용과 경쟁으로 인한 출혈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고, 강력한 후킹포인트 없이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 오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승부수가 통해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기업도 있다.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2022년 1분기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2% 증가, 당기 순손실은 전년동기대비 29% 감소를 기록했다. 물론 여러가지 요인이 합쳐져 보인 실적이라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 해야할 필요는 있겠지만, 쿠팡 자체만 놓고 볼 때에도 전년에 비해, 그리고 다른 시장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에도 시장 상황에 비해 눈에 띄게 좋은 실적임에는 틀림없다.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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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장 입장에서는 오프라인 시장의 매출까지 끌어 모으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지난 2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면이 전환되었고, 인플레이션과 제품 원가 상승이라는 악재도 겹쳤다. 돛단배의 돛을 밀어주는 바람은 잦아들었고, 각 기업은 저마다의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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