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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기고
  • 기자명 김선우 칼럼니스트

[칼럼] 진화하는 '구독 서비스'

  • 입력 2021.09.27 21:19
  • 수정 2021.09.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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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Q 저스트큐 김선우 대표

필자의 어린 시절엔 일주일에 두 번 아침마다 우유가 집 앞으로 배달됐었다. 날이 더운 여름이면 우유가 상하지 않도록 오전 중으로 잊지 말고 우유를 냉장고로 옮겨야 했었다. 이런 정기 배달 서비스는 우유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거의 모든 가정이 하나 이상의 신문사에서 신문을 받아 보고 있었다. 집 앞에 쌓인 신문의 개수로 이웃의 부재 기간을 가늠해 보기도 했었다.

/이미지 출처=픽시베이/
/이미지 출처=픽시베이/

구독 서비스는 이렇게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개념이다. 그런데 요즘 이 구독 서비스는, 모습을 달리하여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우유, 신문 등을 정기 배달 받아보는 가정의 수는 줄었지만,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컨텐츠 이용권을 정기적으로 결제하는 개인의 수는 늘어났다. 과거 구독의 개념은 ‘일정한 간격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었으나, 오늘날 구독의 개념은 ‘일정 기간 동안 서비스를 무제한 사용하는 것’이 되었다. 개념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이제는 식품, 화장품, 도서, 의류 등 소비재 뿐만 아니라 OTT 디지털 컨텐츠, 뷰티, 헬스케어 영역 등 전 산업군에 걸쳐서 구독경제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구독 시장 규모는 현재 40조원에 이르고 있고, 2025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이커머스 산업도 수 년 전부터 서서히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왔고, 지난 달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추가로 구독 서비스를 비슷한 시기에 런칭하면서 이제 그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늘은 국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구독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고, 구독 모델로의 전환 시에 고려해야 할 점에 대해 분석해 보고자 한다.

 

전세계 이커머스 업계를 통틀어 구독경제의 신호탄을 쏜 회사는 미국의 아마존이다. 아마존이 2004년 런칭한 ‘아마존 프라임’은 월 12.99 달러 혹은 연간 119 달러를 지불하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독 서비스이다. ‘아마존 프라임’ 구독 고객은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전체 상품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상품들을 배송비 없이 단 이틀만에 수령할 수 있다. 커머스 서비스 외에도 고객은 스트리밍 음악, 영화, 책, 게임 중계 등 OTT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누릴 수 있고, 특가 판매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쿠팡이 제일 먼저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로켓 와우’가 그 서비스의 명칭이다.월 2900원을 지불하면 로켓배송 대상 상품들을 무료로, 하루 만에, 빠르게는 새벽에도 배송 받을 수 있고, 무료 반품이 가능하다. 로켓 와우 고객은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 또한 누릴 수 있는데, 전반적으로 한국의 아마존을 추구하는 업체 답게 아마존과 유사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쿠팡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네이버는 작년 6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런칭하며 국내 구독 시장에 뛰어들었다. ‘적립’에 상당 부분 초점을 맞춘 형태로, 고객은 월 4900원을 지불하고 매 제품 구매 시에 네이버 페이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 웹툰, VOD 등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OTT 서비스 또한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스마트스토어 정기구독 서비스 또한 시작했는데, 고객은 직접 희망 배송일을 선택하거나, 상품별 맞춤일 배송, 빨리 받기, 건너뛰기 등 상세 옵션 설정이 가능하다. 이 같은 점을 볼 때 이 구독 모델은 과거의 구독 모델보다는 조금 더 고객 맞춤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서비스는 지난 달 런칭한 11번가의 ‘우주패스’로, 이 서비스의 핵심은 글로벌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의 협업이다. 고객은 월 최대 9900원을 지불하고 11번가-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해외 직구 상품 무료 배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이밖에 모회사 SKT의 WAVVE와 FLO 컨텐츠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커머스 서비스와 OTT 서비스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다른 앞서 소개한 회사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미지 출처=픽시베이
이미지 출처=픽시베이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줄로 정리하자면, 기업 입장에서는 충성고객 확보를 통해 부가가치를 계속해서 창출해 나갈 수 있고, 경제적 해자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독고객들은 큰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기존 구독을 꾸준히 이어가게 되고, 구매력 또한 비구독자에 비해 월등하다. 아마존 프라임 구독고객은 비구독고객 대비 거의 두 배 가량의 구매력을 보이고, 로켓 와우 구독 고객은 비구독자 대비 4배 이상의 구매력을 보인다. 구매력 분석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은 구독고객 수 및 구독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공급을 준비할 수 있다. 따라서 재고관리에 강점을 갖게 된다. 구독고객은 대체로 구매 제품에 대한 리뷰와, 구독 서비스 자체에 대한 활발한 피드백을 제공하는데, 이는 또다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다. 기업은 또다시 신규 고객을 충성 고객으로 전환시킨다.

기업은 풍부한 고객 데이터를 쌓아, 고객별 맞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고객은 성별이나 연령층 분류보다 한층 심화된 개인화된 마케팅 경험을 누리게 된다. 개인 특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은 구독 서비스를 탈퇴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기업은 이렇게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과 경쟁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보호해 나갈 수 있는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다.

 

여기까지 봤을 때 구독 서비스는 이점만 있는 사업 모델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들 중 실패한 사례 또한 존재한다.

하나의 예가 미국의 무비패스라는 회사이다. 무비패스는 2017년, 월 9.95 달러만 내면 영화관에서 매일 한 편을 감상할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9.95달러는 당시 영화 한 편 보는 데 드는 금액과도 같았고, 고객이 영화를 두 번 이상 감상하면 무비패스는 적자를 보는 수익구조였다. 물론 무비패스도 적은 구독료를 책정한 데 근거가 없지는 않았다. 첫째로 영화 예매 수요가 적을 것으로 예측 했었고, 둘째로 무비패스는 많은 고객 데이터를 축적한 이후의 데이터 활용 사업 모델을 장기적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은 단순히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심지어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영화를 예매하기도 해 예매 수요 예측은 크게 빗나갔고, 축적되는 데이터도 양질의 데이터가 아니어서 기업은 결국 파산했다.

 

/이미지 출처=픽시베이/
/이미지 출처=픽시베이/

아마존의 성공사례와 무비패스의 실패사례를 분석해 보았을 때,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구독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 고려할 점들로 최소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데이터에 분석한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고 수익 구조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이커머스 기업 대다수가 도입한 구독 고객 대상 무료배송 정책 및 무료 반품 정책과 같은 서비스들은, 고객이 사용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반드시 기업의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같은 정책의 구독 모델 성공 기업으로서 아마존을 들자면, 아마존은 이렇게 발생한 비용을 상회하는 커머스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OTT 서비스를 활용한 것도 아주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고객 입장에서는 OTT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누릴 수 있음에도 아마존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이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성공은 정확한 수익구조 분석의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두 번째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이 제아무리 신규 가입 프로모션이나 기간제 무료체험 등으로 구독 고객을 확보하더라도, 고객은 언제든지 구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대량의 고객 정보를 확보한 후에 초개인화 알고리즘으로 고객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고객 이탈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축적한 고객 정보를 활용해 고객이 이미 구매한 상품의 연관 상품 구매를 제안하는 판매전략을 취하고 있다. 풀어 설명하자면 고객이 실생활에서 필요성을 인지하기 전에, “이거 필요하지 않았나요?”하고 먼저 고객에게 질문해 구매하게 만드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맞춤형 마케팅의 편리함을 느낄 것이다.

세 번째로, 발생 가능한 폐단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 고객은 항상 사업모델 구상 당시의 의도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무비패스의 실패 사례를 다시 떠올려 보면, 무비패스는 고객이 단순히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영화 예매를 할 것 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동일 영화 재관람 불가’ 등의 옵션만 추가했더라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구독 서비스도 무료 배송, 무료 반품 등 이점만 골라서 쏙쏙 누리고 실제 상품을 구매하지는 않는 소위 ‘체리피커’를 경계해야 하겠다. 구독고객 대상 특별가로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 시중에 제품을 되파는 등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격 및 물량을 책정해야 할 것이다.

이커머스 산업의 구독 모델은 지금까지는 대체로 기업들 간에 유사한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구독 서비스를 런칭한 국내 기업들이 모두 커머스 서비스와 OTT 서비스 제공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구독 서비스는 그 자체로 종착역이 아니라 결국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입지를 다지는 데 활용할 수단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계속해서 각자의 강점들과 결합해 구독 모델의 형태를 바꿔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네이버는 이미 스마트스토어 적립, 네이버 페이 시스템과 구독 서비스를 결합했고, 쿠팡은 그 강점인 물류 인프라, 11번가는 통신사 SKT 서비스와 어떤 방식으로든 구독 서비스를 결합할 것이라 예측해볼 수 있겠다. 각자의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지, 각자의 좋은 재료들을 가지고 어떤 결과가 탄생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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