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4%·대만 32%·EU 20%·일본 24%·영국 10% 적용…글로벌 통상 전면전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물린다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 25%를 부과키로 하는 등 60여개의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했다.

모든 국가와 품목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서 전 세계는 트럼프발(發) 글로벌 통상 전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갖고 이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주요 국가들의 대미관세와 미국이 산정한 할인된 상호관세가 나란히 기재된 상호관세 자료를 들고 나와 "전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갈취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야기했다"며 상호관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국가별 관세율을 발표했다.

상호관세는 다른 나라가 미국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에 대응, 그만큼 미국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개념이다.

25%에 달하는 한국의 상호관세율은 미국이 포괄적 FTA를 체결, 무관세를 적용 중인 2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전날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를 통해 예상했던 16%를 크게 상회한다. 

FTA 체결국 중 호주, 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모로코, 페루, 싱가포르, 온두라스 등 11개국은 기본관세율인 10%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이스라엘(17%), 니카라과(18%), 요르단(20%)은 기본관세율보다 높았지만 한국보다는 낮았다. 

이날 상호관세 발표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앞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미국과의 FTA 체결국 중 한국과 세율이 같았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여왔던 중국은 예상보다 낮은 34%를 적용받았다. 영국은 10%의 기본관세율이 적용됐다. 유럽연합의 상호관세율은 20%이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 포인트 낮은 24%이다. 브라질과 호주는 10%를 적용받았다. 

이밖에 ▲캄보디아 49% ▲베트남 46% ▲태국 36% ▲인도네시아 32% ▲대만 32% ▲스위스 31% ▲남아프리카공화국 30% ▲인도 26% ▲말레이시아 24% 등의 관세율이 매겨졌다. 

백악관은 10%의 관세는 5일 0시 1분부터, 더 높은 국가별 관세는 9일 0시 1분부터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오늘은 해방 일"이라고 말문을 연 뒤 "미국과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착취당해왔지만 더이상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은 우리에게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그보다 훨씬 높은 2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인도는 70%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과 일본 등은 아마도 최악의 비금전적 규제조치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캐나다, EU, 호주, 중국 등의 고율관세 또는 무역장벽을 언급한 뒤 "한국은 50%, 사실은 50~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의회 연설에서 한국이 미국보다 네배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연설 이후 한국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연이어 워싱턴 D.C.를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산업을 가장 나쁜 무역장벽 관행으로 지목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많은 나라는 우리 제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며 "일례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일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요타는 미국이 아닌 곳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서 연 100만대 판매하지만, 반대로 제네럴모터스(GM)나 포드는 (일본에서) 거의 팔지 못하고 있다"며 "3일 0시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와는 별도로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의 품목은 별도의 관세가 일률적으로 부과된다.

한국은 미국과의 FTA 덕분에 대부분 물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받아오면서 미국 시장에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유럽연합 국가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한 입장이었다.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한미 FTA에 따른 무관세 효과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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