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김문기·백현동 관련 발언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 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피선거권이 유지되면서 대통령선거 출마가 가능해진다.
다만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을 포함, 총 8개 사건으로 기소돼 5개 재판을 받고 있어 다른 재판 결과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이날 항소심 선고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핵심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 ‘김씨와 해외 출장 중에 골프를 함께 친 적이 없다’, ‘국토부 압박을 받아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을 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혐의가 모두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골프를 함께 친 적 없다’ ‘국토부 압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발언에 대해서는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하면서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직후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쓴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은 번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다”면서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를 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2021년 대선 기간 네 차례의 방송 인터뷰에서 ‘성남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하고, 국정감사에 출석해 백현동 부지 용도 상향은 국토교통부 협박 때문이라고 발언해 2022년 9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로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대표의 김문기씨 관련 발언들이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했다. ‘성남시장 시절에는 김씨를 몰랐고 이후 경기지사가 된 뒤에 알게 됐다’는 취지의 발언과 ‘해외 출장 중에 김씨와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2심 재판부는 ‘성남시장 시절에는 김씨를 몰랐다’는 발언뿐 아니라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발언에 대해 모두 허위사실 공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남시장 시절에는 김씨를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 “행위에 관한 발언이나 행위라 볼 수 없어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1심과 같은 판단이다.
다만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국민의힘이 공개한 골프 사진과 관련,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12월 23일 사진을 게시했는데, 피고인(이 대표)과 김문기, 유동규, 김진욱 등 4명이 보이는데 이 사진은 원본이 아니다"라며 "사진 원본은 4명을 포함해 함께 해외 출장을 간 10명이 앉거나 서서 찍은 사진인데 10명이 한꺼번에 찍은 거라 골프를 함께 쳤다는 증거가 될 수 없고, 원본 일부를 떼낸 것이라서 조작된 거라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김문기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조작된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 재판부는 “해당 발언은 ‘김문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이다.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골프를 같이 치지 않았다’는 취지로 거짓말 했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서울고법은 백현동 개발 관련 발언도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에 진행한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민간 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2021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백현동 부지와 관련해 누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것이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이 대표 결정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하고서 마치 국토부의 압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성남시는 용도 변경과 관련해 장기간 (국토교통부의) 압박을 받은 사정이 있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며 “상당한 압박을 과장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지만, 허위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 원문을 봐도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직무유기 협박을 받았다고 직접 언급한 건 없다”며 "의견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사실공표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1심은 “국토부 협박은 없었고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에 스스로 용도 변경을 한 것”이라며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증명이) 합리적 의심 있는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범죄 사실 증명 없는 때에 해당해 형소법 355조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