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민연금법 고쳐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안철수 "기금 고갈 9년 늦추는데 불과"
첫째아 출산크레딧 12개월 신설·셋째아 이상 18개월 산입…군 복무 최대 12개월 적용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가입자가 매달 내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수급연령에 이르러 받는 연금액을 소득의 40% 수준에서 43%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 모수(母數)개혁에 전격 합의했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혁안을 채택했다.

모수개혁이란 연금 전체 구조 대신 연금에 적용하는 숫자를 조정하는 개혁을 말한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이후 세 번째 연금개혁이 이뤄진다. 첫 번째 연금개혁은 1998년, 두 번째 연금개혁은 2007년 단행된 바 있다. 보험료율은 1998년 9%로 올린 이후 무려 27년 만의 인상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이 반드시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던 자동조정장치는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삭제됐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8개국 중 24개국이 도입,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아지는 2036년에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하면 기금 소진을 2088년(기금수익률 5.5% 적용)으로 늦출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정치권이 어렵게나마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지만 정부가 지난해 9월 연금개혁의 골든 타임이 임박했다는 비난 속에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을 담아 제출한 연금개혁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연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른바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이 이뤄져도 연금 고갈 시기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겨우 9년 늦추는데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수익률 목표를 현재 4.5%에서 5.5%로 올리면 기금 고갈 시기를 2071년까지 미룰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야 합의에 따라 연금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2026년부터 매년 0.5%씩 8년간 13%까지 높아진다. 소득대체율은 기존 40%에서 내년부터 43%로 상향된다.

여야는 국민연금법을 개정, 지급보장을 명문화한다.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국가가 국민연금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보장하고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한다.

출산 크레딧 50개월 상한 폐지…다자녀 가정 혜택 확대

출산 크레딧이 확대된다. 첫째아이는 12개월의 추가 가입기간이 산입되며 둘째아이는 12개월, 셋째아이 이상은 18개월이 추가된다. 현재는 둘째아부터 자녀 수에 따라 추가가입기간을 산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50개월로 상한을 둔 현행 국민연금법 규정은 폐지된다. 다자녀 가정에 혜택을 더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6개월 추가 가입기간을 산입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대 12개월 내 실제복무기간을 추가 가입기간으로 집어넣기로 했다.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도 확대된다. 현재는 지역가입자가 연금보험료 납부 를 재개하면 정부가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50%를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원대상으로 저소득지역가입자로 넓혀 일정 소득이하라면 보험료 재개 여부와 관계없이 최대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50%를 지원받는다. 

모수개혁에서 다루지 못한 연금 전체 구조 개혁을 위해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 여야는 연금 특위에 법률안 심사권을 주기로 했다. 다만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특위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 6명, 비교섭단체 1명 등 13인으로 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 활동기한은 올해말이지만 필요시 연장 가능하다.

특위는 연금 재정의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재정안정화 조치와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의 개혁방안을 논의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야가 합의했다.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헌재 탄핵 심판 관련해서 (여야간) 갈등과 긴장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머리와 무릎을 맞대고 지혜를 나누고 큰 소리도 치는 그런 과정이 소중했고 정치사에 기록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1988년 연금제도 도입 이후 두 차례 밖에 개정하지 못했고, 이번이 2007년 이후 18년 만의 개정"이라며 "매우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소수당 한계 때문에 소득대체율에 있어 저희 방안을 관철하지 못했다. 청년세대에 미안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5년에 한 번씩 국민연금 문제는 재고해야 한다. 연금특위에서 다른 개혁방안을 논의하기로 돼 있어서 기대를 걸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 주는 방향으로 개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언철수 페이스북)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언철수 페이스북)

한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오늘 연금개혁이 합의되었습니다. 참으로 만시지탄이고,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21대 국회의 합의사항과 다르지 않은데, 그 사이 1년간 하루에 800억씩 빚만 늘었습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은 <18년 만의 연금개혁, 반쪽짜리 개혁에도 못미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8년 만의 개혁이라지만, 내용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큽니다.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 조정만으로는 연금 고갈 시기를 겨우 9년 늦추는 데 그칠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혹시 있을 대선 전에 인기 없는 개혁안을 서둘러 봉합한 것에 불과합니다"며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에 소극적인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번 개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합니다"라며 "소득대체율은 40%로 다시 재조정되어야하며, 자동조정장치도 반드시 도입해야 하며, 기초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확대하여 국민연금을 보완해야 합니다. 3대 직역연금에 대한 개혁도 시작되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2대 국회에서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연금개혁이 완수되기를 소망합니다"라며 글을 맺었다.

다음은  여야의 '연금개혁 관련 합의문' 전문이다.

연금개혁 관련 합의문

1. 국민연금 중 모수개혁을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연금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13%(`26년부터 매년 0.5%씩 8년간)로, 소득대체율은 기존 40%에서 43%(`26년부터)로 인상한다.

2) 출산크레딧, 군복무 크레딧 등 세부사항은 별지와 같다.

2.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다음과 같이 설치한다.

1) 특별위원회의 위원정수는 13인으로 하고, 더불어민주당 6인, 국민의힘 6인, 비교섭단체 1인으로 한다.

2)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

3) 활동기간은 구성일로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로 하되, 필요시 연장할 수 있다.

4) 특별위원회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

5) 연금재정의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재정안정화조치 및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의 개혁방안을 논의한다.

2025.03.20.(목)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민의힘 원내대표

[합의문 별지]

◈ 국민연금법 개정 사항

① 지급보장 명문화(안 제3조의2)

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해 국가가 국민연금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하고,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규정

② 출산 크레딧 확대(안 제19조)

(현행) 둘째아부터 자녀 수에 따라 추가 가입기간* 산입(상한 50개월)

(개정) 첫째아는 12개월의 추가 가입기간 산입(상한 50개월 폐지)

* 둘째아 12개월 셋째아 이상 18개월

③ 군 복무 크레딧 확대(안 제18조)

(현행) 군 복무를 마친 사람에게 6개월 추가 가입기간 산입

(개정) 최대 12개월 내 실제 복무기간을 추가 가입기간으로 산입

④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확대(안 제100조의4)

(현행) 지역가입자가 납부 재개 시 12개월 동안 보험료의 50% 지원

(개정) 지원대상을 저소득 지역가입자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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