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정치는 민간 기업에서만 있다?

필자와 같은 시기에 민간 기업에 취업한 필자의 친구들은 지금 기업에서 차장 또는 부장의 직책을 맡고 있다.
친구들과 가끔 저녁 자리를 하면 자연스럽게 회사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친구들은 두 가지 갈래길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회사에 남아 임원으로 승진하느냐 아니면 회사를 나와 자기 사업을 하느냐의 쉽지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갈수록 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뉴노멀(New normal) 시대(저성장이 일반화된 시대)에 들어서면서 과감하게 자신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한다고 나오는 패기 있는 친구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텨서 자녀들의 교육은 어느 정도까지 시켜놓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자는 보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듯했다.

여하튼 임원으로 올라가든지 회사에서 계속 버티든지 간에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내(社內) 정치였다.
회사가 돌아가는 흐름을 정확히 읽고 누가 회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파악하여 자신의 인사문제를 개척해나가는 것이 바로 사내 정치였다.
물론 누구의 뒷배를 타고, 누구의 줄을 선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민간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에게 사내 정치는 일종의 처세술의 한 방법이었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눈치 안보고 소신껏 정년까지 버틸 수 있으니 좋지 않으냐 또는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대세라는 다소 자조적인 말을 했다.
필자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공직자는 어쩔 수 없는 ‘을’의 입장이기에 되도록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 공직에서 사내 정치는 어떤 의미일까? 민간 기업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일종의 자연스러운 조직 생활의 일환일까? 일률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만 공직에서도 사내 정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봐야한다.
물론 사내 정치라는 용어를 쓰지도 않고 그와 비슷한 말도 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사내 정치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 공직에서 사내 정치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공직에서 사내정치는 민간의 사내 정치와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그 이유는 공직입문경로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중앙부처에서는 주로 5급 공채와 7급 공채가 조직의 주요 입문 경로가 된다.
따라서 입문경로에 따라 사내 정치의 패턴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여기서는 7급 공채로 공직에 임용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서 사내 정치를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중앙부처에서 7급 공채 출신은 엄격히 이야기하면 조직의 중심에 서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대체로 5급 공채 출신들을 보조하는 역할이 큰 데 그래서 경로보직도 그에 맞춰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역량이 뛰어나다면 조직에서 인정을 받아 일종의 출세를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7급 공채출신자 중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 되는 경우는 흔치가 않다.
그래서 개인이 개별적으로 조직에서 움직이기 보다는 같은 출신끼리 모여서 일종의 세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7급 출신 국장이 있다면 이 사람을 중심으로 7급 출신 과장들이 모임을 갖고 과장들은 괜찮은 7급 출신 사무관이나 주무관을 국장에게 소개한다. 물론 일종의 라인을 형성한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사전에 능력이나 인성을 검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추천 내지 발탁된 직원들은 여러 인사에 있어서 선택을 받게 되는데 이들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중간 관리직으로 있는 7급 출신 국 과장들이 이들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천을 받게 되면 그에 따른 책임도 커지고 조직에 대한 기여도 높여야만 한다. 이와 같은 추천 형태는 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사내 정치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2001년 국가직 합격 現)중앙부처 사무관 경제·비경제부처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 안전행정부 주관 국비장기훈련 이수
저작권자 © 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