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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현솔 기자

회장 선임 흔든 금융당국, 지배구조 견제작업 착수…新관치 논란 여전

  • 입력 2023.02.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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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금융지주 수장 인사…대거 물갈이
"셀프연임 없다"…정부, 지배구조 정조준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올해 초 임기 만료가 예정된 주요 금융지주 수장의 인선이 우여곡절 끝에 막을 내렸다. 이번 인사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 관행에 부정적인 정부와 금융당국으로 인해 재연임이 유력하다고 여겨졌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이어 낙마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등 소위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절차에 착수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끝으로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의 CEO 인선 절차가 일단락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융지주 회장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이중 NH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은 전직 관료 출신이 차기 회장 내정자로 선출됐다.

시작은 신한금융이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해 12월 차기 회장 후보 최종 면접 자리에서 용퇴 의사를 밝혔고, 진옥동 당시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손병환 전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여겨졌던 NH농협금융의 차기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 김지완 전임 회장이 정치권에서 불거진 자녀 관련 의혹으로 인해 스스로 회장직을 내려놓았던 BNK금융지주도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우리금융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에 연일 제동을 거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손 회장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앞두고 자진 사퇴했고,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자로 선임됐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임기 만료가 다가온 3곳의 회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윤종규 KB금융 회장 역시 이같은 흐름에 합류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임기는 2년 가량 남은 상태다.

이번 인사철을 지켜본 금융권에서는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회장의 장기집권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CEO가 3~4연임에 성공하며 장기간 회장직을 유지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금융당국의 개입이 줄어든데다 금융지주들이 최고 실적을 매년 갈아치우면서 경영진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라응찬 초대 신한금융 회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은 4연임에 성공해 각각 9년, 10년간 재임했다. 2014년 취임한 윤 회장도 3연임에 성공하며 9년째 KB금융을 이끌고 있다.

이번 인사철의 연이은 '연임 불가' 사태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CEO들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이사회에 앉힌 후 셀프로 임기를 연장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주인도 없는데, CEO가 자기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놓고 계속해서 그분들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느냐"라며 문제의식을 나타낸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6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을 형성하고 어떤 기준으로 선출하는지 등을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이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로 투자기업 경영과 의사결정, 지배구조 등에 적극 관여하는 제도)' 활성화를 언급하는 등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금융당국의 다음 타겟은 회장 선임을 담당하는 이사회가 될 전망이다. 사외이사들이 기존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아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75%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이사회 감시기능을 점검하고 이들과 정기면담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을 본격 예고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제를 확대해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사들은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대선캠프 출신 등의 금융 전문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권 인사가 한정적이라 현실적으로 대거 물갈이 되는 수준의 사외이사 교체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회장 인선 과정에서 꾸준히 불거진 '관치금융' 논란은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숙제로 남았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들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부와 금융당국이 노골적으로 인사에 개입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 산하의 국민연금을 이용하는 것은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소유가 분산된 기업을 '주인 없는 회사'라고 부르며 개입하려는 것이 제도를 통해 관치를 정당화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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