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경력 공무원 A씨,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거부에 행정심판 청구했으나 기각
"단순 민원·일반 행정은 고도의 세무 전문성으로 볼 수 없어"... 확대 해석 경계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국 재정경제심판과장 오정택. ⓒ퍼블릭뉴스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국 재정경제심판과장 오정택. ⓒ퍼블릭뉴스

국세 관련 업무를 일정 기간 수행한 공무원에게 시험 없이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던  관행과 특혜 시비에 행정심판 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과거의 헐거운 관행을 근거로 자격증을 요구하는 공무원에게 고도의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자격 부여는 불가하다는 엄격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 "일반 행정도 경력 인정해달라" vs "전문성 없으면 불가"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10월, 공무원 A씨가 제기한 '세무사 자격증 교부신청 거부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2000년 12월 이전부터 국세 행정 사무에 종사했던 A씨는 구(舊) 세무사법 규정(국세 사무 10년 이상 및 5급 이상 5년 재직 시 자동 자격 부여)에 따라 2022년 8월 자격증 교부를 신청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A씨의 경력 중 일부가 '국세 행정사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반려했다.

쟁점은 '경력 인정의 범위'였다. A씨는 소속 기관에서 민원 및 조사 업무를 수행했고 과거 유사한 경력자도 자격증을 받은 사례가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중앙행심위의 판단은 단호했다. A씨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일반 행정 사무이거나 ▲단순 관할 지역 민원 처리에 불과하다고 봤다. 위원회는 "경력 공무원에 대한 자격 부여 제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갖추었다는 전제하에 운영되는 것"이라며 "업무 범위를 확대 해석하지 않고 엄격히 한정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못 박았다.

◇ '형평성'과 '특혜 차단'에 방점... 달라진 행정 눈높이

이번 재결은 공무원 경력 인정에 대한 행정부의 시각이 '내부 편의'에서 '국민 눈높이'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조직 내부의 사기 진작이나 관행을 이유로 모호한 업무 경력도 폭넓게 인정해 주는 경우가 있었다. A씨가 "과거 유사 사례"를 근거로 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행심위는 "과거 사례가 이번 건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과거의 관행이 현재의 적법성을 담보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오정택 재정경제심판과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근무 경력 인정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여 특혜 시비를 차단하고, 일반 수험생과의 형평성을 도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치열하게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 및 일반 수험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자동 자격 취득'의 문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결과 통보에만 2년 7개월"... 행정 난맥상은 개선 시급

엄격한 심사 기준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행정 절차의 허점은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A씨는 2022년 8월에 자격증을 신청했으나, 국세청으로부터 반려 공문을 받은 것은 2년 7개월이나 지난 2025년 3월이었다. 이는 접수 기관(국세청)과 처분 결정 기관(기획재정부)이 이원화되어 있어 발생한 문제로 드러났다.

중앙행심위는 자격 부여의 적법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 같은 지연 행정이 국민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보고 기획재정부에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심사 기준은 엄격하게 하되, 행정 서비스의 신속성은 확보해야 한다는 '투트랙' 주문인 셈이다.

이번 재결은 공직 사회에 단순히 '자리를 지킨 시간'만으로는 전문 자격증을 거저 얻을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유사한 자격 부여 심사에서도 '전문성 입증'에 대한 검증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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