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 속 '가나안'…편법 승계 통로였나
- '자진 상장폐지'는 오너 리스크의 방패막인가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사진=퍼블릭뉴스 DB]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사진=퍼블릭뉴스 DB]

탑텐, 폴햄, 지오지아 등 유명 브랜드를 운영하는 패션기업 신성통상이 최근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가운데, 오너 일가의 배임·횡령 혐의로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으며 중대 기로에 섰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말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신성통상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 분석에 착수했다.

이번 경찰 수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처음 제기된 편법 증여 의혹에서 발단이 됐다. 수사의 초점은 비상장사 '가나안'을 정점으로 하는 복잡한 지배구조에 맞춰져 있다. 공시 기준 신성통상의 최대주주는 지분 53.94%를 보유한 가나안이며, 이 회사는 염태순 회장의 장남 염상원 이사(1992년생)가 지분 82.43%를 소유하고 있다. 염 이사는 2011년부터 이 구조를 통해 사실상 그룹을 지배해왔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히 2021년 염 회장이 세 딸(염혜영·혜근·혜민)에게 증여한 지분 일부가 불과 3개월 만에 가나안에 매각된 사실은 편법 증여 및 사익 편취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러한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가운데 결정된 자진 상장폐지는 소액주주들의 권익 침해 우려를 낳고 있다.

신성통상 측은 최대주주와 에이션패션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상장폐지 요건인 95%를 충족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비상장사 전환 이후 누적된 이익잉여금이 고액 배당 등의 형태로 오너 일가에게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이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으며, 신성통상은 현재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어 수사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퍼블릭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