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 이후 첫 귀국 개인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양화가 오지윤(62)(이하 오작가)의 ‘해가 지지 않는 바다’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성황리에 진행중이다. 지난 4월25일 개막이후 오는 11일까지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 단색화의 전통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미학을 확장해온 오작가를 현장에서 만나 작가의 깊은 통찰과 캔버스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에 앞서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품을 감상하며 작품의 제목이 쓰여져 있는 캡션을 찾아봤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캔버스에 작가의 삶에 대해 깊은 번민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캡션을 달지 않고 있다.

오작가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동화나 전설을 굉장히 많이 읽어주고 이를 통해 매일 소통한 기억이 있다.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은 삶이 지속될 수록 삶은 동화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의 삶에 있어 불평등과 부조리함에서 번민을 느끼게 됐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오작가에게는 큰 고통이 없어 보이지만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들을 겪으며  마음이 번거롭고 답답함을 느끼게 됐다. 

고통을 겪으면 사람들은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녀도 바르게 살려고 항상 노력했는데 왜 이런 불평등한 일들이 나에게 다가오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작가는 삶의 치유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을 추스리며 하나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전시장에 가면 검은 바탕에 금색이 세로로 그어진 그림을 볼 수 있다. 작품을 옆에서 보면 세로로 길게 그어진 선이 평면에 물감으로 일직선으로 그은 것이 아니라 검은 부조의 아름다움이 일정한 높이 속에서 모든 형상이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바다에서 인간의 삶의 맥락을 보게 됐다. 항상 똑같을 것 같은 바다도 자연의 인연에 따라 색채도 변하고 움직임이 변하게 된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바다의 겉과 속이 다르고 이는 인간의 삶과 똑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며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며 검은 부조를 조금씩 높이게 됐다.  

전시장을 찾으면 특이하게도 작품을 만져 볼 수 있다. 작품은 지리산에서 구한 참나무 숯을 물감에 개어서 올리고 한지에 도포하면서 만들어 진다. 한지에 인고의 시간만큼 몇번을 칠하고 여러번 한지를 쌓아올려 내구성이 단단하고 견고한 작품을 만들었다. 

바탕을 검정색으로 쓴 것은 처절한 삶의 고뇌와 번민 끝에 인생을 성찰 할 수 있고 삶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다. 오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진지하게 삶을 접근할 때 검정색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금색은 실제 금을 사용했다. 작품에서 금을 쓰는 이유는 삶의 빛을 추구하는 작가로 변하지 않는 작가의 사상이나 삶의 태도를 표현하기 위해서 이다.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작가는 작품에 오방색을 쓰며 다양하게 삶에 대해서 표현했다. 오방색은 오행사상에서 유래 됐으며 방(方)이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각각의 빛들이 방위를 뜻하기 때문이다. 파랑, 빨강, 노랑, 하양, 검정 오방색 중 노랑색은 중앙을 뜻하고 있다. 오방색의 뜻에 맞게 전시장의 중앙에는 노랑색으로 칠해진 150호(193.9 X 155 cm)그림이 가로로 7개 나란히 붙어 있는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의 상단은 세로로 직선이 내려오고 있다. 오작가의 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직선의 의미는 인간의 존엄을 나타낼 때 쓰는 표현법이다. 사람들은 삶을 바라보면 굉장히 반듯하게 살아가고 있는것 같지만 뒤를 돌아보면 반듯하게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작품에서 직선을 그을때 직선을 직각으로 수직 내려긋기 하지 않는 것은 ‘살다보면 삶이 약간 틀려도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다.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작품을 굴곡을 따라 시선을 이동해 보면 가운데 선들이 모여 소용돌이처럼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작가는 작품에서 삶의 굴곡을 표현했지만 살다보면 우리의 삶이 어느 순간 빛이 나는 순간이 다가온다고 한다. 사람의 인생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시기는 동일하지 않지만 금처럼 빛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을 표현했다. 작품은 관객이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고통, 기쁨, 상실, 그리고 희망으로 삶을 해석할 수 있다. 관객들은 작품을 통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감정을 다시 돌아보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빨간색 바탕의 그림은 해가지지 않는 바다를 표현했다. 작품의 가운데 있는 네모는 인간의 존엄을 표현하고 있다. 캔버스에 수 천, 수 만 번의 붓질을 통해 입체감을 쌓아가는 과정은 평범한 작품 같아 보이지만 하나하나 겹겹이 쌓아올려지는 진정성과 시간의 가치는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직선과 네모의 격자는 매순간 작품을 만들때 인간에 대한 삶에 대한 고민과 작가 자신의 성찰과 수양의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해가지지 않는 바다를 표현한 작품에서 일직선의 노란선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바다의 수평선에서 해가 뜰때와 지기 직전 빛나는 형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이글이글하게 에너지를 뿜는 이미지를 작품에 투영시킨 것인데 관객들은 작품을 바라볼때 꼭 태양만이 아니라 핏줄 같다고도 생각을 한다고 한다. 햇빛은 뻗어나가는 형태는 직선인데 작품에 표현된 빨간 선들은 구불구불하게 뻗어나가고 있다.

작품들은 추상적 단색화로 표현됐다. 추상적으로 표현 했을때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심장이 한번 힘차게 뛰기 위해서 움추러 들었다가 뛰기 직전의 바이탈싸인(Vital Sign)으로 인식해 혈관으로 느낀다. 작품의 단순한 반복적 선으로 관객들의 사고를 유연하게 촉진시키고 있다.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거울이 들어가 있는 작품을 마주하게 된다. 작품을 통해 지나온 인생의 삶에 대해 돌아보다가 거울속에 현생을 살고 있는 자신을 마주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작품을 동시에 바라보며 현재 나의 삶의 존엄은 지켜지고 있는지 다시한번 반추할 수 있다.

왼쪽부터) 작품앞에 선 오지윤 작가, 심진우 기자, 최승욱 편집국장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왼쪽부터) 작품앞에 선 오지윤 작가, 심진우 기자, 최승욱 편집국장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오작가의 창작 예술을 들여다 보면 예술가의 경험이 작품을 비범한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근간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개최될 전시에서 작가의 철학이 좀더 정교해지고 관객들과 마주하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질 수록 단색화의 차별화된 철학은 다각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관점의 다각화는 관객의 감정 투영을 통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낳게 된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체험용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체험용 오지윤 작가 작품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체험용 작가 작품에 물감을 칠하는 오지윤 작가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체험용 작가 작품에 물감을 칠하는 오지윤 작가 (자료제공: 심진우 기자)

전시장 입구에 있는 오작가의 작품은 한지가 겹겹이 쌓인 캔버스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아크릴 물감을 반복적으로 칠하며 캔버스에 조각적 부조처럼 쌓여 있는 한지를 경험할 수 있기 위해 마련됐다. 관람객은 직접 작품 앞에서 붓을 들고 느껴지는 감정을 붓으로 칠할때 존재의 근원이자 경험의 출처가 새롭게 인식되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작품을 감상하고 직접 작품을 만들어가는 경험은 오지윤작가의 인생과 공존하는 특별한 경험을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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