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위명 '레오 14세'…평화 위한 '대화의 다리' 건설 촉구

레오 14세 교황이 5월 8일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군중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바티칸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5월 8일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군중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바티칸뉴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 새로운 교황으로 미국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69)이 선출됐다.  

바티칸 미디어 등 외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133명으로 구성된 추기경 선거인단은 제267대 로마의 주교로 전 주교부 장관인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새 교황으로 뽑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지 17일 만이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시작 이틀 만에, 투표 횟수로는 네 번째에 결정됐다. 콘클라베는 80세 미만 추기경 전원이 교화 후보이자 유권자가 돼 3분의 2 이상 찬성표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5월 8일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나오면서 신도들과 세계에 새로운 로마의 주교, 베드로의 후계자가 선출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사진=바티칸 미디어]
5월 8일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나오면서 신도들과 세계에 새로운 로마의 주교, 베드로의 후계자가 선출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사진=바티칸 미디어]

성 베드로 성당 광장에서 기다리던 가톨릭 신도들은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 교황의 탄생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기쁨의 탄성을 일제히 질렀다.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청 수석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은 라틴어로 "여러분에 큰 기쁨을 전합니다. 우리는 교황님을 모셨습니다"라고 외치며 새 교황의 탄생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거룩한 로마교회의 지극히 공경하는 프란시스 프레보스토 추기경께서는 당신 교황명을 레오 14세로 정했습니다"고 알렸다.

레오14세가 5월 8일 오른손을 들어 신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바티칸 미디어]
레오14세가 5월 8일 오른손을 들어 신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사진=바티칸 미디어]

프레보스토 추기경이 결정한 교황명은 '레오 14세'다. 교황명에는 통상 자신이 따르고자 하는 길의 의미를 담는다. 레오는 라틴어로 사자를 의미하고 강인함과 용기, 리더십을 상징한다.

미국 시민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이어 두 번째 아메리카 대륙 출신이다. 

신학적으로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다. 보수와 진보 교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인물로 기대 받는다.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1955년 프랑스와 이탈리아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198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고 이후 페루 북서부에서 10년 간 선교사로 사목활동을 했다. 2001년부터 공동체 생활을 강조하는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장으로 활동하다가 프란시스코 교황의 지시로 2014년에는 페루 북서부의 다른 교구로 파견돼 빈민과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성직자로 환영받았다. 

고인이 된 프란시스코 교황처럼 이민지와 빈곤층에 관심이 많다. 미국 국적에다가 페루 시민권도 갖고 있어 미국 가톨릭 교회 주류와는 거리를 두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추기경으로 선임한 뒤 교황청의 주교 임명 부서인 주교성 장관을 맡아 왔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 베드로 성당 강복의 발코니에 나와 손을 흔들며 군중 환호에 화답했다.

그는  군중에게 교황으로서 첫 인사를 이탈리아어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이라며 "이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착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첫 인사"라고 강복했다.

이어 페루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스페인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와 함께 신자들에게 평화 구축을 위한 '대화의 다리를 건설하자고 촉구했다.

자신이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지만 무엇보다 크리스천이었다고 강조하면서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함께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8일 성 베드로 성당 앞에 운집한 카톨릭 신자들. [사진=바타칸 미디어]
5월 8일 성 베드로 성당 앞에 운집한 카톨릭 신자들. [사진=바타칸 미디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출신 교황 탄생을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가 첫 번째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정말로 영광”이라며 “나는 교황 레오 14세를 만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며칠 내 즉위 미사를 갖는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3월 13일 선출된 지 엿새 뒤인 3월 19일 즉위식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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