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 없는 '권한대행 직무 범위' 법률로 제한"
"대통령 임명권 형해화·삼권분립 어긋날 우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킬 수 있다"며 헌재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 의결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쓴 여덟 번째 법안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42번째로 거부권이 행사됐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유로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통치구조와 권력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한다.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 제71조에 의하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한다"며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 헌법은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에 대해서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한다. 헌법에 없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법률로써 제한하고자 하고 있다"며 개정안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다른 문제점도 제기했다.
그는 “헌법 제112조 제1항이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관 임기 6년 원칙과 달리, 개정안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기존 재판관이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헌법재판관 임기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시키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헌법 훼손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무위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하지 못 하도록 하고,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경우 기존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7일 이내에 임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한편 한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경과 관련, “효과는 속도가 좌우한다”며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재정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고 신속한 처리가 전제될 경우, 정부는 국회의 추경 논의에 유연하고 전향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 기업들도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입법권과 예산권을 통해 민심에 부응해야 하는 국회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권한대행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경제·통상 수장이 참여하는 ‘2+2 통상 협의’가 있었다”며 “우리 대표단은 향후 협의의 기본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주부터는 관세·비관세 조치, 조선업 협력 방안 등 분야별 실무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며 “한미 양국 간 상호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과정이지만, 협의가 마무리되는 7월까지 숱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때로는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우리는 늘 도전에 응전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다”고 언급했다.
한 대행은 “앞으로 미국과 호혜적인 통상 협의를 이끌어낸다면 굳건한 한미동맹은 번영의 경제 동맹으로 한층 더 성숙하게 발전할 것”이라며 “경제 부총리와 산업부 장관을 중심으로 모든 부처가 원팀이 되어 지혜를 모으고, 국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6·3 조기 대선 출마를 위해 5월 1일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국무회의는 그가 마지막으로 주재한 회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