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전 의원도 기소…딸 다혜씨·전 사위 기소유예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디. [사진=민주당]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대화를 나누고 있디. [사진=민주당]

‘옛 사위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벌여온 검찰이 문재인(72)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24일 재판에 넘겼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가 고발한 뒤 약 3년 5개월 만이다. 

전주지방검찰청(검사장 박영진)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을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62) 전 의원으로부터 뇌물 2억1500만 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간 문 전 대통령은 한때 사위였던 서모(45)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타이이스 타셋의 실소유주인 더불어민주당 전 이상직 의원도 뇌물공여죄 및 업무상 배임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41)씨와 전 사위 서모 씨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기소유예)을 내렸다.

검찰은 “다혜씨와 서씨는 공무원인 문 전 대통령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지만 당초 뇌물죄는  공무원 직무행위를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불가매수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과 공여자인 이 전 의원을 기소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과 가족 관계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에 공소를 제기하면서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에 대한 재판은 서울에서 진행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30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문 전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민주당]

◆문 전 대통령, 사위 취업 이후 생활비 지원 중단

공소장에는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 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서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항공업계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2018년 타이이스타젯 상무급 임원으로 채용됐다. 타이이스타젯은 서씨에게 2018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1억5000만원(416만 밧)의 급여와 6500만원(178만 밧)의 주거비를 지급했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사위의 취업 이후 이들에 대한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것에 주목, 이 금액만큼 문 전 대통령이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타이이스타젯이 서씨를 채용할 당시 항공기 운항을 위한 항공사업면허(AOL), 항공사업면허(AOC) 취득이 지연되면서 임원 채용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이 전 의원의 지시에 따라 서씨가 특혜 채용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씨가 이메일 수·발신 등 단순보조 업무만 했고, 태국에서 국내로 귀국하거나 재택근무 명목으로 출근하지 않는 등 상무 직급에 맞는 근로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상직 ‘월 급여 800만원, 상무 직급, 주거비 제공’ 조건 채용 지시

검찰은  타이이스타젯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이상직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받고,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를 줄 것을 기대하고 문 전 대통령 자녀 부부를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전북 전주을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일하다 2017년 12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

이후 2018년 4월 청와대를 방문한 뒤, 이스타항공과 공단 직원들을 동원해 다혜씨 가족이 생활할 태국 내 주거지, 다혜씨 아들이 다닐 국제학교 정보 등을 파악해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 의원은 청와대 방문 이후 타이이스타젯 항공사 직원에게 ‘월 급여 800만원, 상무 직급, 주거비 제공’ 조건으로 서씨 채용을 지시했다고 한다. 월 급여 800만원은 타이이스타젯 대표이사보다 2배 높은 금액이었다. 주거지는 월 임대료가 350만원이 넘는 곳이었다.

이 전 의원은 공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1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면직 신청을 했다. 면직 처리가 된 후 전북 전주시을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이 전 의원을 신속하게 면직 처리 해줌으로써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도왔다고 판단했다.

이 전 의원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이스타항공도 문재인 정부의 북한 전세기로 선정되는 등 특혜를 봤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로 선정됐다.

다혜씨, 남편 채용 이전 태국 국제학교 위치 확인

검찰은 다혜씨 부부도 단순히 정해진 뇌물을 받는 수동적인 지위에 그치지 않고 이 전 의원으로부터 받을 경제적 이익의 내용과 규모 결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다혜씨는 남편이 타이이스타젯에 채용되기 전에 미리 태국 현지를 답사해 국제학교 위치를 확인했다. 이 전 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부동산 업자를 만나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등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갖춘 맨션을 주거지로 결정했다.

전 남편 서씨는 자신의 채용 사실을 모르고 있던 타이이스타젯 현지 운영자에게 먼저 연락해 ‘이 전 의원에게 들은 게 없냐’고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씨는 정식 근무하기 전 이 전 의원이 주재한 이스타항공, 타이이스타젯 임원과의 저녁 식사에 참여했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다혜씨 부부가 무직 상태로 별다른 소득 없이 생활하자 주거비용을 지원해주고 서씨가 2016년 게임회사에 취업하도록 도왔다. 2018년 서씨가 문 전 대통령 반려견 이름을 딴 게임회사(토리게임즈)에 취업한 사실이 보도되면서 서씨는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부부를 계속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 전 의원의 도움을 받아들였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태국 이주 지원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친인척 관리·감찰을 담당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관계자를 통해 태국 이주를 지원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다혜씨가 이 전 의원로부터 제공받은 급여 등을 바탕으로 임대 목적의 부동산 매입 등 생계 유지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서 씨에게 지급된 월급 등이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8월 30일 다혜 씨의 제주 별장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영장에 적시했다.

전주지검은 "3월 28일 문 전 대통령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하고 서면조사도 시도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조사 없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이 포괄적 권한을 행사해 정치인이자 기업가인 이 전 의원이 지배하던 항공업체를 통해 자녀 부부의 해외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받은 것"이라며 "적법한 수사를 통해 공무원 신분인 대통령과 뇌물 공여자만 기소하는 등 기소권을 절제했다.앞으로도 권력을 이용한 공직자의 부패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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