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기각 이후 헌법소원 심판 청구 인용되면 헌재 기능 극심한 혼란 발생"
국민의힘 "위험한 선례 남겨" vs 민주당 "위헌적 인사 쿠데타 시도 사죄하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4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https://cdn.psnews.co.kr/news/photo/202504/2089935_149677_254.jpg)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이완구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행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로 인해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 재판관은 취임할 수 없어 헌재는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헌재는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18일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가 낸 '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확인' 헌법소원의 선고가 나올 때까지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헌법재판관 임명 등 모든 임명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법조계에선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 이전에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지명을 철회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새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하여 임명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부분은 본안에서 더 살펴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한 "만약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게 재판관을 지명하여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한다면 피신청인이 재판관을 지명하여 임명하는 행위로 인하여 신청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자격과 절차’에 의하여 임명된 ‘재판관’이 아닌 사람에 의하여 헌법재판을 받게 되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게 될 수 있다"며 "본안 소송을 다툴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판관 지명행위로 임명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된 이상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하는 등 후속절차를 진행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임이 확실히 예측되고, 헌법소원심판 본안 결정 선고 전에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임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리 되면) 적시에 이 사건 후보자의 재판관 지위를 다투거나 후보자가 헌법재판의 심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후보자가 관여하여 결정이 나온 사건의 경우 재심이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신청인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아울러 "한 대행이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한 날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회의 인사청문 실시 여부에 구속되지 않고 임명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며 가처분 인용을 통하여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헌재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이유로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됐을 때 발생할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됐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는 점을 내세웠다.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두 명 재판관의 임명이 늦어질 뿐이지만 반대로 기각할 경우 막심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헌재는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이 사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피신청인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한 대행에게) 임명할 권한이 없다면 피신청인의 임명행위로 인해 신청인만이 아니라 계속 중인 헌법재판 사건의 모든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가처분이 기각됐다가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인용될 경우 이 사건 후보자(이완규·함상훈)가 재판관으로서 관여한 헌재 결정 등의 효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재의 심판 기능 등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헌재는 본안심리 결과 한 대행에게 임명권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난다면 두 후보자가 관여한 재판에 대한 재심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는 '후보자 발표만 했을 뿐 지명·임명한 것은 아니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한 대행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대행이 지난 8일 신임 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한 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다수의 헌법소원·가처분이 제기됐다.
한편 국무총리실은 이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며 본안의 종국 결정 선고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당연한 결정"이라며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권한대행이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어불성설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총리는 지금 당장 헌재 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위헌적 인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정당한 권한행사조차 정치적 해석에 따라 제약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행사를 제약한 것은 향후 국가 비상상황에서 헌정 질서에 심각한 혼란과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오늘 판결에 마은혁 재판관이 판단을 가장한 사법적 보복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