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확장 피로’ 현실적 위협…구조조정·수익기반 강화 위한 리더십 필요

GC녹십자 본사 [사진=GC녹십자]
GC녹십자 본사 [사진=GC녹십자]

 

주주는 기업의 주인이다. 때로는 기업이 ‘주인을 위한다'며 내리는 결정이 오히려 위기의 불씨가 되기도 한다.

최근 GC녹십자의 행보는 그 단적인 예다. ‘주주환원’이라는 명분 아래 적자 상태에서도 배당을 강행한 결과, 회사의 유동성은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지난 2년 간 GC녹십자는 각각 198억 원, 42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이 기간 총 342억 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시행했다.

실적에 역행하는 배당은 ‘호의’라기보단 ‘무모함’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2022년 1053억 원이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4년 초 225억 원까지 감소했다. 5분의 1 토막이다.

이 와중에 GC녹십자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혈액제제 '알리글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공장 증설, 현지 혈액원 인수, 재고 자산 확대로 유동성은 더욱 압박 받는 상황이다.

투자 확대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은 능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성적을 보면 발판 확보는커녕 애먼 발등만 찍는 참사를 낳고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3년 GC녹십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535억 원이었다. 불과 1년 전 -55억 원이던 현금흐름이 열 배 가까이 악화된 것이다.

순차입금비율도 매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20년 18.37%에서 2024년 46.81%까지 상승했다. 이는 회사가 감당해야 할 이자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온통 빨간불이다.

데일리 투자 분석 보고서를 보면 녹십자홀딩스의 상황 역시 만만치 않다. 2006년 이후 자사주 소각을 하지 않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고, 최근 3일간 연속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이러다보니 투자자들은 "주주를 위한 정책"이란 회사의 레토릭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바이오센트릭을 통한 CDMO(연구개발 및 위탁 생산 전문 업체) 사업 진출도 희망을 심기에 부족하다. 아직까지는 실적 반전의 구체적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룹 전체에 불어닥친 ‘확장 피로’가 현실적인 위협으로 거론된다. 고비용 구조 속에서 순손실을 줄일 명확한 로드맵이 없다면, 이 사업은 실적 회복이 아닌 재무 리스크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끝날 수 있다.

GC녹십자의 행보는 ‘주주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실적과 거꾸로 가는 배당을 강행하고, 미국 시장을 겨냥한 투자로 유동성을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회사 측은 "알리글로 매출로 반등할 것"이라며 반복적으로 기대감을 제공하고 있지만 2023년 예상 매출 600억 원조차 달성하지 못한 점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증시에선 경영진의 전략적 오판을 반증하는 수치로 해석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 허진훈 알리글로팀 팀장 등 오너 일가에 대한 비판과 경영진 퇴진 요구가 함께 커지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자사주 소각 없이는 투자자 신뢰 회복은 어렵다. 재무제표는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금 GC녹십자에게 필요한 것은 ‘주주를 위한다’는 막연한 선언과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구조조정과 수익 기반 강화를 위한 통찰력 있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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