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업 가장 꺼리는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 제외…국민의힘 “주식회사 제도 근본 부정”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와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의결됐다.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상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심의하는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는 이날 오후 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상법 개정안 대안을 가결했다. 회의에 참석한 소위 위원 가운데 민주당 의원 5명이 전원 찬성했다.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 대안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해 온 상법 개정안에서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따로 떼어내 만든 것이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민주당은 상법 개정을 통해 ‘800만 개인 투자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성과를 알릴 방침이다.

당초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 ▲대규모 상장사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대규모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상장사 독립이사·전자 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으로 구성됐다.

민주당이 의사결정의 자율성 및 효율성을 침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기업의 반발이 가장 심한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제외한 것은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을 높이고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지도 없애기 위한 정무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그간 여당과 재계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경영권을 위축시킨다며 반대해왔다.

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으로서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주주 전체를 하나의 집단으로 봐서 집합적으로 보호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위원장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표결에 앞서 “주주 충실의무가 배임의 영역을 과다하게 넓히거나, 회사의 전략적 투자를 좁히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주주 충실의무 조항을 도입하더라도 소위 ‘경영판단 원칙’이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해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간 나온 대법원 판례 등에 따라 기업의 경영 판단에는 배임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발언이다.

민주당 주식시장활성화 TF 단장인 오기형 의원은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갔다는 의미에서 많은 성과라 생각한다”며 “2월이 가기 전에 일부라도 처리했으니 이후에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까지 이 내용이 잘 처리되도록 (여당과 재계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인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의 법안 상정에 반발, 단체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퇴장에 앞서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반대 토론에서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을 부정하는 규정”이라며 “대한민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벼룩 잡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기업경영 의지를 사실상 꺾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과 함께 해당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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