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권한대행, 정치적 불확실성 상당 부분 제거…탄핵 가능성 '희박'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중원 현충탑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립묘지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중원 현충탑에서 국무위원들과 함께 국립묘지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31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관 2명만을 임명하고 '쌍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뒤 정치권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야는 각자의 요구 또는 입장, 원칙에 어긋났다며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를 내거나 행동으로 표시했다. 당분간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 참가자가 크게 늘고 있는데다가 무안공항 참사로 국민들이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 국가 전체를 총체적 위기로 이끌 최 권한대행에 대한 야당의 탄핵소추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최 권한대행이 귀뜀없이 앉은 자리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사실을 알게 되어 불만을 갖게 된 국무위원 일부의 반대에도 자신의 뜻을 관철했기 때문이다. 

그는 31일 국무회의에서 자신의 헌법재판관 임명 발표에 항의하는 국무회의 참석자들에게 "월권했다는 것은 알지만 재판관은 임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과 배석했던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반발했고 비공식 간담회에선 법제처장 등 더 많은 참석자들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치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인데, 여야와 어떤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고 묻자 최 권한대행은 “혼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규 대행이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국무위원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처사"라고 지적하자 최 권한대행은 “무리한 일 하는 것은 잘 안다. 무안 공항 사건만 아니었어도 이미 사직하려고 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성이 오가는 등 논쟁이 격화되자 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종결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났고, 이후 일부 국무위원과 만난 자리에서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의 이같은 결단으로 여야는 1승1패를 나눠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털어낸다"는 대의명분으로 고심 끝에 내린 최 권한대행의 절충안에 따라 양당은 눈높이에는 크게 미달하지만 전리품을 나름 챙겼다고 여겨진다. 

당초 1월 1일로 대통령이 수용하거나 재의요구권을 발동해야 하는 법정 시한이 있었던 '쌍특검법'과는 달리 헌법재판관 임명은 각종 명분을 내세워 마냥 늦출 수 있었다. 

그간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남발했던 고위공직자 탄핵심리 결정을 늦추고자 자리가 빈 헌법재판관의 후속 임명에 소극적으로 나서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이후 입장을 바꿔 재판관 임명을 서둘렀다. 민주당은 정계선 후보자와 조한창 후보자가 임명됨에 따라 헌법재판관 2명이 퇴임하는 내년 4월까지 헌재가 정상 가동될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이 대통령실과 여당의 요구를 거스르고 헌법재판관 2명을 독단적으로 임명한 것을 문제 삼고 있지만 쌍특검법에 대해선 기존 당정 입장을 유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면서 민주당 주도의 '특검 광풍'을 늦추는데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대통령실 실장·수석 사표 제출

대통령실은 1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의 실장, 외교안보특보 및 수석비서관 전원은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방명록에 남긴 글.(사진=기재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방명록에 남긴 글.(사진=기재부)

최 권한대행은 오전 8시 국립서울현충원을 국무위원,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 등과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국민과 함께 민생과 국정안정에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쓰면서 자신의 의지를 대내외에 알렸다.

대통령실은 참배가 끝나고 1시간여 뒤에 이러한 입장을 언론에 알렸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것은 31일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 임명 결정을 국무회의에서 다른 국무위원들과 상의 없이 모두발언을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4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뒤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반려한 바 있다. 대통령실 참모진은 윤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라 최 대행을 보좌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일 최 대행의 결정에 대해 “권한대행의 대행 직위에서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 권한대행은) 지금은 민생과 국정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표를 수리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독단적 결정에 강한 유감책임·평가 따를 것”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1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뒤 여의도 당사로 복귀, 신년하례회를 가졌다.

권 비대위원장은 “행정부가 어려운 만큼 여당으로서 국정 안정에 최우선을 둘 것인데, 어제 헌법재판관 임명은 유감스럽다”며 “(최 권한대행에 대해) 책임과 평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의 표명과 관련, "대통령실, 총리실, 내각 모두 국정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결정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우리 헌법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권을 보장한다.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결정했으면 헌법 원칙에 부합할 텐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본인 의사를 발표한 건 좀 독단적 결정이 아니었나”라며 “거기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수민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상목 권한대행이 어제 헌법재판관 2인을 임명했다"며 "그런데 헌법적 토론과 협의의 과정이 생략된 결정이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는 현상유지적이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헌법재판관 임명은 6년 임기제 헌법기관의 구성을 변경하는 일이자 헌법기관 지배구조를 현상 변경하는 일로서 대통령 고유 권한의 적극적 행사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선례에 따라 보수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는 권한"이라며 "기존의 선례는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선례를 벗어나 결정을 해야 한다면 국회에서 토론하고 합의하는 헌법적 토론과 숙의 과정이 필요하고 학계 등의 폭넓은 의견수렴도 필요하다"며 "그러나 최상목 권한대행은 그 과정을 생략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금번 최상목 권한대행의 불합리한 헌법 절차 운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국정과 헌법의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상목 권한대행은 더이상 정치적 공세 등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과 국정을 안정시키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의장, 권한쟁의 심판 청구 검토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권한대행이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 것을 놓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금주에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우 의장은 31일 최 권한대행의 결정이 나오자 "헌법재판관 임명은 절충할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권한대행의 부분 임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최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은 자제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1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탄핵사유는 충분하지만 탄핵을 할 것이냐는 또 다른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최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인내의 과정들이 좀 필요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여야 합의’를 내세우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1명의 임명을 보류했다"며 "국회의 권한을 침범한 이자 헌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드는 부적절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법 제111조에는 9명의 헌법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며 "헌법 어디에도 ‘여야 합의’라는 표현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게다가 사실에도 위배된다. 이미 국민의힘이 선출했던 추경호 원내대표 시절 긴 협상의 시름 끝에 11월 말 여야 합의가 이뤄진 사항이기도 하다"며 "그럼에도 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 국회의 고유한 권한인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부정하고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명직인 경제부총리 기재부 장관이 현존 유일한 선출 권력인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임명 후보자를 선별할 권리를 준 국민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최 권한대행의) ‘선별’ 행위 자체가 위헌이며 국민 모독인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원내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여야 합의가 확인된만큼 최상목 권한대행은 당장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해 사과하십시오"라며 "그리고 보류했던 후보자 임명안을 결재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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