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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공무원 칼럼] 어느 후배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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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저널 = 이현준] 하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 후배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후배가 공직에 처음에 들어왔을 때 왠지 필자가 공직에 입문했을 때 모습과 비슷해 동질감이 들었고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행인지 그 후배도 나를 잘 따라주었고 업무상으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각별하게 지내게 되었다.

 

저녁식사 중간 즈음 후배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형님 저 스페인으로 떠납니다.” 전혀 알지 못한 이야기를 들은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후배가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 외국어 공부에 신경쓰라는 조언을 해주었고 기회가 되면 국외훈련을 가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후배의 이야기는 아마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듯했다.

 

하지만 곧 승진이 눈앞인데다 국외훈련을 위한 시험도 치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후배는 자기계발휴직을 하고 1년 동안 스페인을 간다는 것이었다. 자기계발휴직은 5년 이상 재직자가 최대 1년 간 직무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하거나 학습 또는 연구를 위한 무급휴직이다.

 

필자는 예전에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후배의 소식을 축하해주었다. 그러면서 스페인어는 언제부터 배웠냐고 하니 1년 전 여름휴가 때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그 이후에 스페인어를 배웠다고 했다. 스페인에 가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물어보았더니 1년 동안 스페인 어학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할거라고 했다. 즉 스페인어 공부를 위해 어학연수를 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무급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하기 위해 스페인에 가는 것이 흔치 않아 차라리 국내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유학시험을 봐서 국외훈련을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더불어 지금 가면 승진도 더 늦어지는데 괜찮은지도 덧붙였다.

 

하지만 필자의 질문과 생각은 필자의 생각의 틀에서 의미가 있는 것들이었다. 후배의 생각의 틀은 필자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후배는 필자보다 자아실현에 대한 열망이 더 강했다. 공직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배는 공직에 들어오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펼칠 수 있는 기반(플랫폼)으로 공직을 바라보았다. 즉, 승진이나 보수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더라도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후배의 생각은 변화된 공직환경 고려할 때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울러 필자가 후배의 입장이더라도 비슷한 결정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공직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공직에 주어졌던 혜택들은 축소되고 있다. 그러면서 국외훈련을 가기가 훨씬 어려워졌고 제도 또한 축소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필자가 국외훈련을 준비할 때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해졌고 국외훈련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배는 자기계발휴직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자신이 국외훈련을 하고픈 곳의 언어를 완벽히 습득한 다음 국외훈련에 도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아울러 자기계발휴직을 통해 언어 연수를 하면서 자신이 훈련할 곳을 미리 살펴보고 준비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생각도 있었다.

 

결국 후배의 자기계발휴직을 통한 스페인 언어연수는 국외훈련을 가기 위한 일종의 과감한 투자였다. 국내에서 국외훈련 선발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도 않고 그 효과도 크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해외 현지에서 집중적으로 국외훈련과 관련된 언어공부를 한다면 훨씬 수월하게 국외훈련 선발시험을 준비할 수 있겠다 싶었다.

 

후배와 저녁식사를 마치면서 스페인으로 잘 떠나라는 인사를 건넸고 거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건강하게 돌아오라 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는 스페인에서 자기계발휴직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후배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바로 스페인으로 국외훈련을 떠날 그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스페인으로 떠나는 후배를 보면서 그는 진정한 공직생활의 테일러(Tailor)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직에 임용되면서 자신의 공직에서 루트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공직경로를 잘 재단하가는 후배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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