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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핫 키워드 ③] 고교과목 폐지, 9급 시험 7년 만에 원점 전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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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고교과목 적용 이후 7년만의 과목전환
고졸자 합격 기회 확대를 위한 대안도 필요

지난 2012년 5월, 공무원저널은 고교과목 도입을 눈앞에 두고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고교과목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 설문조사는 정부와 수험생의 생각 차가 크다는 사실을 알려줘 눈길을 끌었다.

 

무려 62%의 수험생이 ‘직렬별 전문성을 무시하는 근시안적인 조치다’라는 대답에 표를 던졌다. 고교과목 도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수험생은 13%에 불과했다. 이런 반응은 공무원저널 조사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행정안전부 전자공청회 게시판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투표 게시물에선 848명의 네티즌이 찬반 의사를 표한 가운데 고교과목도입 반대 의견이 534건으로 과반수를 한참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졸 출신 수험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명목으로 정책은 강행됐다. 그리고 모두가 예상한 부작용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예정된 정책 부작용, 본래 취지마저 찾아 볼 수 없어

“민원을 넣으러 갔더니 담당공무원이 법을 몰라 접수 및 처리 시간이 길어졌다. 해당 조항을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서 일을 처리하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지난 인사혁신처 9급 공무원시험 과목개정 공청회에서 한 참석자가 증언한 내용이다. 고교과목만 시험을 치고 합격한 공무원이 해당 직렬에 대한 지식이 없어 업무 능률이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해당 공청회에서 한 현직공무원은 “신입 공무원들의 중도 퇴사 사례가 많다. 그중 대부분은 실제 직무 투입 후 직무지식 부족으로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만뒀다”라고 밝혀 고교과목 도입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에 신인철 인사혁신처 인재정책과 과장은 “현장과 언론을 통해 전문성 약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었다”라고 말하며 “합격 후 각 부처에서 실시하는 단기교육만으로는 전문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무원들의 직렬별 전문지식 부족 현상은 광범위하게 드러났다. 지난 2018년에는 세무직 9급 공채 합격자 중 고작 34.5%만 전문 과목을 선택해서 합격했다. 이러한 전문지식 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부작용은 전문성에서만 드러난 게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교과목 도입으로 고졸 수험생들의 도전 난도도 높아졌다. 고교과목 도입은 고졸자의 시험 유입을 기대하고 시행한 정책이지만 유입 비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수능을 고득점으로 통과한 대입, 대졸 응시자들의 수가 늘었고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고졸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과목개편 공청회에서 조태준 상명대 교수는 “고교과목을 도입했지만 고졸자 유입은 1~1.5%로 변화가 없다”라고 밝히며 “오히려 수능 경험이 있는 대졸자들에게 유리한 시험으로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예상된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날로 심해지자 국민의 여론도 나빠졌다. 인사혁신처가 실시한 선택과목 개편안에 대해 올해 9급 공채 응시자의 73.0%, 국민 77.6%가 ‘고교과목 폐지’에 찬성했다. 고교과목도입이 완전히 실패한 정책이라는 여론을 드러낸 결과였다.

 

뒤늦은 과목개편, 전문성 강화에 초점

이러한 여론에 인사혁신처는 고교과목을 도입한지 7년만인 2019년 5월 31일 ‘국가직 9급 공채 선택과목 개편 공청회’를 주최했다.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개최된 공청회에선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고교과목 폐지에 찬성하고 전문 과목 강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인사혁신처는 이날 두 개의 과목 개편안을 제시했는데 1안은 현행 국어, 영어, 한국사 3과목을 필수로 하고 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사회·과학·수학 중 2개 과목을 선택하되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 중 1개 이상은 선택하는 내용이었다. 2안은 세무·검찰직처럼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 2과목을 모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이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행정과목의 선택 여부가 남아있는 1안을 비판했다. 한 참석자는 “제시한 1안은 현행과 다를 게 없어 현실적인 개선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참석자는 수험생이라고 신분을 밝히며 “선택과목을 유지하게 되면 조정점수가 적용되기 때문에 전문성을 떠나서라도 반드시 논의해야 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9급 공채과목은 사회, 과학, 수학 등 고교과목이 제외되고 직렬별 전문과목이 필수과목으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국가직 및 지방직 9급 일반행정직은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이, 세무직은 세법개론과 회계학이 필수과목이 된다.

 

아울러 특수직 공무원 역시 고교과목이 폐지된다. 경찰직 순경은 헌법과 형사법, 경찰학이, 소방직 소방사는 소방학개론과 소방관계법규, 행정법총론이 필수과목으로 지정된다.

 

과목개편은 수험생이 충분한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2022년부터 시행한다. 이는 고교과목을 도입한지 9년 만의 개편작업이다.

 

고졸 출신 수험생들에 대한 대책은?

전문과목이 필수과목으로 변하면서 고졸 수험생들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게 됐다. 대졸자들과 비교해 수험환경이 불리한 고졸 수험생을 위해서 정부는 특성화고 공무원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성화고 공무원 제도는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제도라고도 불린다. 이 제도는 전국 17개 시도의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및 전문대학에서 교장 추천을 받은 학과성적 상위 30%이내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채용시험을 실시한다. 응시자격이 일반공무원 시험보다 엄격하지만 시험 자체의 경쟁률은 더 낮다. 올해 특성화고 경쟁률은 5대1로 2019년 국가직 9급 경쟁률인 115대1과 비교하면 크게 낮았다.

 

국가직 특성화고 인재로 선발된 인원은 6개월간의 수습과정을 거친다. 이후 임용심사위원회가 근무성적, 업무추진능력 등을 평가한 후 공무원으로 최종 임용된다.

2019년 특성화고 전형 합격자는 210명으로 2018년 합격자 수인 180명보다 30명 늘어났으며 제도가 처음 시작된 2012년의 104명보다 101.9% 증가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29일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에 따라 2022년까지 공무원 고졸채용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22년 고졸 공무원은 최종 827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성화고 선발전형은 수험생과 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에 한 특성화고 전형 수험생은 “지역별 균형합격으로 합격자가 서울로 몰리는 것을 분산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며 “성적이 우수한 고등학생과 전문대생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사기업 취업문도 넓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16명의 학생을 특성화고 전형을 통해 공무원으로 합격시킨 인천 기계공업고등학교의 교사는 “특성화고 전형은 고졸자에 대한 공직 참여를 확대하기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라고 평가하며 “사회전체의 균형적 발전과 고졸학생들의 사회진출 통로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이 제도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9급 공무원 시험은 국내 고용시장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많은 청년들이 지금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그만큼 시험과목과 과정의 개편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무원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서비스 제공자이다. 이 사실을 망각한 채 개편을 추진하면 그 부작용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국민들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교훈을 지난 고교과목 도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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