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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백성요 기자

위기에 약한 농심...신동원 회장, 포트폴리오 다각화·해외사업 확대 부진에 결국 가격 인상

  • 입력 2022.09.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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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농심]
신동원 농심 회장 [사진=농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값 급등 등 위기가 닥치자 국내 라면 3사중 농심의 타격이 가장 컸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해외 시장 선전에 각각 힘임은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든데 반해 농심은 24년만에 국내 사업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농심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년만에 핵심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이는 국내 식품업계의 도미노 가격인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신동원 회장의 경영전략이 위기를 맞아 약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격적인 신동원호(號) 농심의 출범은 회장직에 오른 지난해 7월 부터지만, 1979년 농십에 입사해 1997년 국제담당 대표이사 사장, 2000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20여년 이상 농심을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국내 라면업계 부동의 1위이자 글로벌 5위 기업인 농심이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에 대처할 유연성이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 15일부터 라면 출고가격을 평균 11.3% 인상했다. 특히 '국민 라면'으로 일컬어지는 신라면의 가격이 10.9% 오른다. 농심의 가격인상 발표 이후 눈치를 보던 오뚜기(평균11%), 팔도(평균 9.8%) 등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중이다. 

잇따르는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소식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우려를 표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9일 '민생물가 점검회의'에서 "최근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동향을 일일 모니터링하고 업계와 가격안정을 위한 협의도 적극 진행하겠다"라며 "지금도 많은 경제주체들이 물가상승 부담을 감내하고 있는 바, 가공식품 업계에서도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면 업계 1위 농심의 가격 인상 발표는 지난 8월 25일이다. 24년만에 국내 사업 영업적자 기록을 밝힌 이후 약 일주일만에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대내외적 환경을 이유로 컨퍼런스콜에서 유독 적자를 강조했던 농심이 가격 인상을 미리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었다. 1년만에 서민음식으로 대표되는 라면의 가격 인상은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농심은 적자를 명분으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업계 2, 3위인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같은 환경에서도 2분기 실적 상승을 이뤄냈다. 오뚜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477억원으로 31.8% 늘었고,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273억원으로 무려 92% 급증했다. 오뚜기는 라면 외에 유지류, 양념소스류, 농수산가공품류, 건조식품류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위기에서도 실적 상승을 나타냈다. 오뚜기의 라면 매출 비중은 전체의 25.5%에 그친다. 라면 매출이 95%에 이르는 삼양식품의 경우 수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69.1%에 달한다. 수출 주력 상품인 불닭 시리즈의 다양화 및 수출국 확대에 따른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다. 

농심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78.9%가 라면에서 나온다. 이 중 내수 매출이 약 93%에 달해 원재료값 급등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신라면 단일 제품의 매출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라면이라는 단일 사업, 신라면이라는 단일 제품 의존도가 높은 농심이 위기에 대응할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신라면은 가장 기본적인 라면 라인업으로 가격이 저렴한만큼 마진율도 낮다. 

또 신라면이 '국민 라면' 격이고, 다양한 수요처에 B2B로 공급되는 물량이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농심의 가격 인상이 식품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이에 오랜기간 농심을 이끌었던 신동원 회장의 경영 방침이 위기에 독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라면을 뛰어넘을 히트작을 만들지 못했고, 해외 매출 비중도 크게 늘리지 못하면서다. 특히 신라면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는 점은 농심에게도 큰 고민이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캐시카우가 개별 소비자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뚜기의 진라면이 구매경험도에서 처음으로 신라면을 제쳤다. 29.6%대 28.4%로 근소한 차이지만 두 라면의 경쟁 구도 이래 신라면이 1위를 내준 것은 처음이다. 

신라면 브랜드를 활용한 '신라면 건면', '신라면 블랙' 등의 성적도 준수하지만 기대에 미치기는 역부족이다. 신 회장이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신라면 건면'의 경우 출시 초기에는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신 회장이 회장 취임 후 야심차게 출시한 '신라면 볶음면'도 출시 초반 반짝 인기를 누리는데 그쳤다. 지난해 신라면 단일 제품과 다각화 제품의 매출 비중은 83%대 17%로 신라면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해외 사업의 내실화도 신 회장으로써는 당면 과제다. 농심은 현재 6개 국가(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호주, 베트남)에서 해외법인을 운영중이고, 미국과 중국에는 국내 라면 업체 중 유일하게 생산 공장도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농심은 지난해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1조원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외에서도 주력 제품이 마진율이 낮은 신라면 위주인 것은 아쉽다. 해외에서 통할만한 부가가치가 높은 신제품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농심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제2공장을 설립했다. 준공식에 참석한 신 회장은 "일본을 꺾고 미국 라면 시장 1위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농심은 비건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신 회장은 창업주 고(故) 신춘호 회장 작고 이후인 지난해 7월 1일 회장직에 오른 이후 같은해 11월 농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 그룹 회장직만 맡고 있다. 당시 인사를 통해 신 회장의 장남 신상열 부장이 구매 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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