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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고현솔 기자

"후불결제 팝니다"...'깡'으로 변질된 후불결제 서비스

  • 입력 2022.09.13 17:30
  • 댓글 3

'카드깡'과 비슷하지만 법적 제동장치 없어
전금법 vs 여전법…업권별 입장차 뚜렷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불결제 현금화 게시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후불결제 현금화 게시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액 후불결제 한도를 현금화하는 이른바 '깡'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카드깡·휴대폰깡으로 불리는 불법 대출에 해당하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와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자신의 후불결제 한도를 이용해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5만원짜리 물건을 사려고 하는 A씨에게 B씨가 10% 할인된 금액인 4만 5000원만 받고 자신의 후불결제 한도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해 A씨의 주소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B씨는 현금을 당겨쓰는 것이 가능하고 A씨는 물건을 판매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BNPL(Buy Now, Pay Later)이라고도 불리는 후불결제 서비스는 미리 물품을 구매하고 대금을 나중에 치르는 일종의 '외상'이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이 업계 최초로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지난 3월 토스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7월 현대카드가 무신사와 협업해 서비스 출시를 선언했으며, NHN페이코도 올해 안으로 이를 선보일 계획이다.

후불결제는 신용점수가 높고 소득이 있어야만 발급되는 신용카드와 달리 신용·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요 고객층도 대학생이나 주부 등 금융 이력이 부족하거나 지갑이 얇아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어려운 이들이다.
 
문제는 이같은 후불결제 서비스가 현금깡으로 변질되며 취약계층의 '급전 융통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당장 돈이 필요한 이들이 후불결제를 활용해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방식으로 급한 현금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이는 '카드깡'과 유사한 구조의 불법 대출에 해당하지만,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카드깡'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이후 현금을 받는 불법 할인 대출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70조에 따라 카드깡을 이용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이를 부추긴 업체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휴대폰 소액결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휴대폰깡'도 정보통신망법 제72조에 따른 처벌 대상이다. '내구제 대출(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이라고도 불리는 휴대폰깡은 본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해 대포폰 업자에게 넘기고 휴대폰 가격의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행위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피해자가 넘긴 휴대폰은 전화금융사기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게다가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넘긴 행위 자체가 처벌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후불결제의 경우, 신용카드와 휴대폰을 이용하지 않고 결제가 이뤄져 관련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지난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처벌규정이 담겨 있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금융당국이 후불결제 현금화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권별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해석하는 방식이 엇갈리면서 아직 적용 법규조차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동일기능·동일규제'에 따라 후불결제를 여전법 내 '스몰 라이선스'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액이더라도 신용카드와 유사한 형태로 후불결제가 제공되고 있어 동일한 신용공여 행위로 봐야 하며, 이를 다른 법으로 규정할 경우 규체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핀테크업계는 결제 한도가 30만원으로 신용카드에 비해 소액인 데다, 카드사처럼 대출 등 다른 수익모델이 없어 '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김영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 향후 소액후불결제의 발전, 확대 가능성과 경제주체의 실생활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규율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한국의 여전법과 성격이 유사한 일본의 할부판매법에서 소액후불결제를 스몰 라이선스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이를 여전법에서 규율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불결제를 이용한 ‘깡’이 활성화된 상황은 대기업이 불법 사금융을 조장하는 행태로 보일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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