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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강병환 칼럼니스트

[칼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방문

  • 입력 2022.08.02 13:34
  • 수정 2022.08.03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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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사진=페이스북)
낸시 펠로시 (사진=페이스북)

대만해협의 파고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가 미국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의 대만방문 기사를 내보낸 이후부터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하면 중국은 행동으로 이에 상응한 조치를 할 것이라 밝혔다. 더구나 베이징은 여러 채널을 통해서 바이든 정부에 경고했다. 만약 펠로시의 대만방문이 이루어지면 중국은 무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열린 중·미 정상 통화 회의에서도 양국은 대만 문제로 갑론을박을 되풀이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했으며,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정부와 인민의 대만 문제에서의 입장은 일이관지한다.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정 수호는 14억여 인민의 견고한 의지다. 이러한 민의를 위배할 수 없다. 불장난하면 반드시 스스로 타 죽을 것(玩火必自焚)”이라고 바이든을 위협했다.

29일 펠로시 의장은 하와이에서 아시아 방문 일정을 발표했다. 펠로시는 5명의 민주당 당적의 의원을 이끌고 어제 싱가포르에 도착한 후,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미국의 아시아 중심축인 인·태평양 동맹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 순방을 시작한 펠로시는 대만방문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끼고 있다. 여태껏 공식적으로는 대만방문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금 전 세계는 대만을 주목하고 있다. 아마도 펠로시의 대만방문은 이미 결정된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대만 매체들은 펠로시 의장 등이 8월 2일 밤 9∼10시 사이 대만의 쑹산(松山) 군용 비행장에 도착한 후, 3일 아침 8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고, 오후에 대만을 떠날 것으로 전하고 있다. 미 국방부도 이미 대응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대응도 바빠졌다. 지난달 30일, 푸젠성 핑탄다오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시작으로, 2~6일에는 남중국해에서의 군사훈련을 예고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이미 여러 차례 미국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방문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엄중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펠로시의 대만방문 계획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도 과거에 없었던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물론 펠로시의 대만방문은 아직 미지수이나, 전언에 따르면 국방부는 펠로시의 대만방문을 말렸고, 심지어 대만 정부도 펠로시에게 대만방문 요청 철회의 뜻을 언뜻 비췄지만, 펠로시가 대만방문을 견지하였다고 전한다.

미 국방부의 만류 분위기는 현재 미국의 상황이 매우 피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작금의 국제 정치 현실을 볼 때, 현재 미국을 포함하여 서구는 힘이 마음을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작년 아프간으로부터 황망히 철수에 이어서 또 올해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유럽은 일치단결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자국의 경제도 대량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연이어 발생한 국내 총격 사건, 낙태권을 둘러싼 국내 이견 분기, 올해 1/4분기에 이어 2/4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을 비롯하여, 국내의 내부 갈등, 경제 쇠퇴와 통화팽창은 최근 몇십 년 이래 보지 못했던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국내외적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특히 중국이 대만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베이징은 "가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르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바이든 정부가 펠로시의 대만방문을 막지 못했을까. 첫째, 미국의 입법부와 행정부 독립되어 있다. 중국에 대해서 끊임없이 보이콧 해온 올해 82세인 펠로시는 이번 방문이 공식적 마지막 일정이다. 바이든은 실제로 반대할 명분도 없다. 둘째, 미국 조야의 유일한 공통된 인식은 대중 정책뿐이다. 중국에 대한 반감이 하나의 공식이 된 상황에서 이를 반대하면 오히려 반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만약 펠로시가 대만방문을 중단하면, 민주당을 포함하여 공화당도 이를 비난하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과 중국이 여태까지 한 말이 있기에, 이를 거두어들이면 서로가 체면에 손상을 입는다. 양국 사이에 부드럽게 넘어갈 사항은 분명 아니다. 만약 미국의 양보로 움츠러들면 국제적 지위도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펠로시의 대만방문은 또 하나의 크나큰 군사적 충돌 위험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중국은 단호한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첫째, 지금 대만의 정권은 장제스·장징궈 시대의 대만과는 다르다. 과거 이들은 반공을 외쳤지만, 대만과 중국은 하나라는 ‘하나의 중국’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그러나 현 대만의 집권당인 민진당은 이와 완전히 다르다. 민진당의 존재 근거 자체가 바로 대만독립을 위해서이다. 민진당의 당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아예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열해 나가고자 한다. 둘째, 오늘의 중국은 과거와는 판이하다. 이제는 미국과의 군사 충돌도 서슴지 않고 발언한다. 시진핑과 바이든의 전화 회견에서 볼 수 있듯이, 시진핑은 바이든에게 “불장난하지 마라”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 냈다. 옛날 같으면 어림도 없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은 전 세계적 범위에서 중국은 미국과 맞먹는 정도의 종합실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지만, 그러나 대만해협은 중국에 있어서 홈그라운드다. 홈에서 하는 경기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과의 충돌, 형식과 규모, 시기를 결정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21년 전 중·미의 전투기가 하이난도 상공에서 우발적으로 충돌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에 꼬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변했다. 펠로시의 대만방문을 둘러싸고, 중미 간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물론 미국도 중국도 군사적인 대치를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뉴욕 타임스의 지적대로, 중국의 반응은 낸시 펠로시가 대만에 있을 때가 아니라 대만에 없을 때 더 문제가 될 듯하다. 펠로시가 떠나고 나면 대만에 대한 봉쇄를 비롯하여 사이버 공격, 통신 차단, 해협에서의 훈련, 대만을 질식시키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펠로시의 대만방문은 중국, 미국, 대만 간 삼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를 비롯하여 전 세계가 모두 펠로시의 대만방문 여부를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까닭이다.

■ 강병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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