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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김명수 칼럼니스트

[칼럼] 대우조선해양 등 떠밀린 노사 잠정 합의를 보며

  • 입력 2022.07.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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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칼럼니스트. (현)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법학박사, (전)성균관대 법과대학 객원교수, (전)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위원장, '노동정책의 배신' 등 저서 다수
김명수 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법학박사.

대우조선해양사태의 주된 원인은 한마디로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이 없이 객만 있으면, 그 집안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이번에는 다행히도 파국으로 가는 길은 막았지만,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현재와 같이 분쟁이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대우조선해양사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어떤 방법이 있는가. 그 해법은 간단하다. 현 대우조선해양의 있는 그대로의 Fact를 보고 처리를 하면 된다. 한국사회의 누적된 산업·노사 현장의 실상을 우리는 두눈뜨고 적나라하게 보았다. 아직도 제4차산업혁명·AI 시대임에도 시대에 뒤떨어진 1980년도 산업화시대의 노사관계를 보고 있다. 

이번 파업원인은 단순히 원하청 간 노사문제가 아니라 누적된 적자, 현대중공업과 합병, 다단계 하청, 저임금 노동구조 등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심층적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왜곡된 특수 사정과 그 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의 기막힌 역사와 바로 매각해야 함에도 15년 가까히 소유하고 있는 산업은행, 그리고 꽉막힌 구·신정권들은 자기들만의 진보와 보수 정부의 특색을 과감히 보여주면서 내로남불 진영 싸움을 끝없이 벌이는 흑역사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국민 혈세로 20여년을 연명해오면서도 분식회계와 횡령 등으로 온갖 비리를 저질렀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시현했다. 2021년과 2022년 1분기에 매출액은 40%줄고 2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냈으며, 부채비율도 529%에 이를 정도로 재무 구조가 엉망진창이다. 오죽했으면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대우조선해양에 “국민 세금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명하였겠는가.

최근 언론을 통해 채권단 지원을 거부하면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하고, 법원 파산선고 가능성도 크며 8월 말까지 파업 이어지면 합계 손실액 1조 3590억원 추산된다고 국민적 압박을 했다. 이번 노사문제를 무조건 흑백논리로만 진단하는 윤석열 정부의 아둔함에서 출발될 수도 있는 작은 실수가 현장에서 모두가 최악으로가는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었으나 노사 모두 국민적 정서를 외면할 수 없어 일시적으로 그 파국은 면했다. 

돌이켜보건대, 산업은행은 1999년 대우조선에 대한 기업개선 작업에 들어간 이후 지난 20년 동안 긴급유동성 지원과 출자, 채무보증 등으로 적게는 7조원, 많게는 10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속한 시장매각이 답이라는 것을 금융초보자라도 아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라는 엉뚱한 방향으로 지연시키는 것은 무능의 극치였다.

대우조선에 얼마나 투입됐고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국가산업 재편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그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에 대해 금융전문가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독점이슈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다.  양사에 대한 M&A를 불확실한 조건을 달아 실패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가치를 하락시켜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전형적인 금융문외한의 형태다. 즉,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에 성공하려면 해외각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심사를 받아야할 국가는 중국, 일본, 유럽연합 등 적어도 10개국이었다. 

그 당시 2018년 기준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양사의 세계선박수주 점유율은 21.2%로서 합병회사의 시장점유율 만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였지만, 액화천연가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선종별로 따지면 기준을 초과하고 있고, 특히 이들 점유율을 합치면 72.5%, 60.6%를 차지하고 있어 심사통과가 조건부가 아니면 통과가 어렵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같은 조선업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 EU 등이 자국업체 를 위해 통합을 견제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었다.

최근에도 미국 퀼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EU 등 9개 승인국가 중 EU 8개국이 찬성했어도 중국에서 유일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좌절된 바 있다. 결국 예상했던대로 지난 1월 유럽연합(EU)이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아 무산됐다. 

웬만한 금융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두 회사의 합병이 분명 처음부터 유럽의 기업결합관련 독과점법을 위반하고 공정성을 저해하기에 합병 그 자체가 불가능한 사안임에도 단기업적 주의에 사로잡혀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것이다.

이제는 정부와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방관자적 공기업 체질을 벗기고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깨고 새로운 주인을 제대로 찾아줘야 한다. 그래야만 그 주인을 통해 대내외적 시련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강성 파국의 노사정책, 개혁 이야기를 멈추고, 당장 쉬운 것부터 노사가 아닌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교섭과 합의로 해결하고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혼돈과 불확실성의 노사관계를 밝혀주고, 이에 발맞춰 현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노동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시대에 즈음하여 트럼프와 바이든의 인도 태평양 전략, 시진평 황제의 중국의 일대일로, 미중패권전쟁과 해괴망측스런 우둔한  NATO와 유럽 지도자들, 그리고 천방지축 코메디언 제렌스키와 러시아 짜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세계가 금융·산업 복합의 급격한 인플레이션 Perfect Storm,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의 급변화되고 있는 패권 세장의 질서에 우리나라만의 생존 전략을 실천해야만 할 것이다.

이 땅의 산업 현장에서 대우조선해양 노사간의 새로운 생존과 자유로운 질서가 진정으로 형성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명수 칼럼니스트

(현)한국노동경제연구원 원장/법학박사
(전)성균관대 법과대학 객원교수
(전)한국산업은행 노동조합위원장
"노동정책의 배신" 등 저서 다수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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