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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의료
  • 기자명 백성요 기자

'싸움닭' 메디톡스, 대웅제약 이어 휴젤...국내외 소송전 이어가는 까닭은?

  • 입력 2022.06.22 22:30
  • 수정 2022.06.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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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전이 마무리되기가 무섭게 휴젤을 상대로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최초로 보톨리눔 톡신(보톡스) 제품을 선보였던 메디톡스가 휴젤, 대웅제약 등 경쟁사의 등장으로 위상이 약해지고, 해외진출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자 지속적인 소송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싸움닭'으로 불리면서도 자사의 균주 관련 IP(지식재산권)를 무기로 경쟁사들의 급성장에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미국 내 공방은 종료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메디톡스 본사 전경 [사진=메디톡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해 매출 1848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메디톡스는 막대한 소송비용과 품목허가 취소 사태로 371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대웅제약과의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로열티 수익이 생기며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다만, 영업이익 870억원, 855억원을 기록했던 2017년, 2018년 수준에는 크게 못미쳤다. 

메디톡스가 국내 경쟁업체들과 연속적으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은 실적 방어와 해외 시장 선점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ITC 제소에 나서고 있는 것도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메디톡스는 2006년 가장 먼저 국내에서 보톨리눔 톡신 제품을 출시하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2010년 휴젤, 2014년 대웅제약이 각각 보툴렉스, 나보타를 출시하며 보톡스 시장은 3파전이 양상이 됐다. 

이에 메디톡스는 2019년 1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을 빼돌려 보톨리눔 톡신 제제를 개발 및 생산했다"고 주장하며 ITC에 제소했다. 메디톡스의 실적은 소송전과 함께 다양한 악재가 겹치며 급전직하했다. 2018년까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던 메디톡스는 소송이 시작된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 657억원에서 257억원까지 급락했다. 2020년에는 무허가 원액을 사용하고 서류를 조작한 것이 드러나며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로부터 3개 품목에 대한 품목허가취소를 당했고 결국 메디톡스는 371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9년과 2020년 2년간 메디톡스의 판관비는 각각 1107억원, 1114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동안 메디톡스의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의 위상은 크게 악화됐다. 부동의 1위였던 메디톡스가 3위로 밀려났고, 1위 자리는 휴젤에게 넘어갔다. 지난해에는 대웅제약이 최초로 생산량 기준 1위 자리에 오르는 등 업계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약 3년여의 갈등을 합의로 끝냈다. ITC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며 주보(나보타의 수출용 제품명)에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및 판매금지를 결정하면서다. 대웅제약은 항소했고, 이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이온바이오파마와 합의에 이르며 ITC의 결정은 무효화 됐다. 

이같은 결과를 두고 양측은 서로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합의에 따라 미국의 파트너사이자 글로벌 보톡스 업계 1위인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로부터 향후 2년간 3500만 달러(약 380억원)의 합의금과 주보의 미국 판매액에 대한 로열티를 받게 됐다. 메디톡스는 "미국 소송의 목적을 달성했고, 합의로 항소 실익이 없어졌으므로 ITC의 무효화 결정은 절차적 순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대웅제약은 "합의 후 메디톡스가 스스로 소송 기각을 신청했다는 것은 경쟁사들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송을 남용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며 "ITC가 오류로 가득했던 스스로의 결정을 최종 무효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의 미국 보톨리눔 톡신 사업의 리스크가 모두 해소되면서, 향후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국내 소송은 아직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다. 메디톡스가 지난 2017년 대웅제약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에 대해 무혐의 결론이 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대웅제약과의 분쟁이 끝나자마자 메디톡스는 또다른 경쟁업체인 휴젤을 ITC에 제소하고 나섰다. 대웅제약과의 분쟁에서 실리를 챙겼다는 판단이 바탕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휴젤은 양사의 분쟁 도중 국내 보톡스 시장 1위에 올랐고,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휴젤은 지난해 3월 미국 FDA에 레티보(보툴렉스의 미국 제품명) 품목허가서를 신청했고, 지난 4월 FDA로부터 CRL을 수령하며 자료 보완을 요구받은 상태다. 당초 연내 허가를 득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일정의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디톡스가 이같은 휴젤의 해외시장 확장에 또 한번의 소송전으로 제동을 거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메디톡스의 휴젤 제소 이유는 대웅제약 때와 유사하다. 자사의 균주를 휴젤 측에서 빼내 갔다는 주장이다. 메디톡스는 카이스트의 한 교수를 유출 경로로 지목했다. 해당 교수가 메디톡스를 방문했고, 직후 문경엽 휴젤 대표가 그 교수의 연구실에서 보톨리눔 톡신 균주를 배양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설명이다. 메디톡스는 균주 유출 이후 문 대표가 휴젤을 창립해 1년만에 새 균주를 발견해 분리하고, 또 1년뒤에 보톨리눔 톡신 제제를 생산 및 정제한 것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개발 속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휴젤 측은 "1회 방문으로 몰래 균주를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균주를 옮기려면 영하 70도 이하로 보관할 특수용기가 있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메디톡스의 주장이 허위라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소송 당시 균주 유출 경로로 자사 출신 연구원의 이직을 주장했었다. 휴젤 측은 메디톡스 측 직원의 연구원 이직 사례가 없으니 메디톡스 측이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휴젤 측의 대응은 대웅제약보다 강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파이프라인이 다양한 반면 휴젤은 보톨리눔 톡신 제제가 주력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과 약 3년여의 갈등을 봉합한 메디톡스가 휴젤과의 법정 공방에서는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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