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 인터뷰
  • 기자명 허영훈 문화부장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어렵고 위험합니다"

  • 입력 2021.08.04 21:14
  • 수정 2021.08.05 09:48
  • 댓글 0

큐레이터 안현정 박사에게 듣는 '아트 바이크 스타일'

안현정 바이커의 주행모습(사진=포토그래퍼 최성열)
안현정 바이커의 주행모습(사진=포토그래퍼 최성열)

'바이커(biker)'란 자전거나 모터 바이크, 모터 사이클 등을 타는 사람을 말한다. 그 중 고출력의 넉넉한 배기량을 가진 모터 바이크를 타는 것이 취미가 되면 다이내믹한 스피드를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진정한 바이커 마니아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특히, 여성에게 '바이커'는 스피드 외에도 스타일과 뷰티, 여행을 겸비한 고품격 라이프 스타일을 실현하는 완벽한 '부캐'가 된다.

박물관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인 안현정 박사를 만나 그녀가 이야기 하는 '아트 바이크 스타일'에 관해 물었다.

"현재 직업과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5년차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로 현재 성균관대학교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고 있는 안현정 박사입니다. 타 대학에서는 미술경영과 미술사를 강의하는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현정 바이커(사진=포토그래퍼 박진형)
안현정 바이커(사진=포토그래퍼 박진형)

"바이크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몸담은 분야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30대에는 연구와 논문으로 밤을 지새는 날이 많아 하루에 5시간 이상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두 번째 스물에 친구와 한 달 간 유럽여행을 떠났습니다. 당시 유구한 문화유적과 세련된 컨템포러리 아트를 발 빠르게 보기 위해 ‘아트 바이크 기행’을 하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 실천으로 옮긴지는 올해 5년차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함께 라이딩 하는 분들의 좋은 감성 덕에 패션이나 자세 등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면서 계속 이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보유한 바이크 모델은 무엇이며, 자랑도 부탁합니다"
"저를 거쳐간 바이크는 모두 4종입니다. '할리 스트리트 750'과 '혼다 MSX125'를 동시에 탔는데, 기종과 배기량이 다르다보니 완전히 다른 감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영국 감성이 살아있는 모던 클래식 바이크 '트라이엄프 T100'의 2020년 스페셜에디션 '버드에킨스(BUD EKINS)'로 교체했습니다. '버드'(애칭)는 스티브 맥퀸과 함께 트라이엄프의 레전드로 꼽히는 인물인데요, 할리우드 스턴트맨 출신으로 모터크로스 선수 및 데저트 레이서 출신입니다. 스티브 맥퀸의 액션 대역 뿐만 아니라 함께 레이스 파트너로 각종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도전적인 버드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화이트와 레드컬러의 조합은 제가 큐레이터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지켜나가는 철학과도 유사합니다. 최근 세컨드 바이크로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베스파 프리마베라(애칭 '베프')’도 추가했습니다" 

"구입부터 여러 비용이 만만하지 않았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투자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에게 맞는 바이크가 무엇인지, 제 라이프 스타일을 어떻게 대변하는지를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결정했습니다. 저와 바이크를 같이 시작한 멘토같은 지인의 추천에도 귀 기울이면서 합리적 투자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버드'의 경우는 새상품을 구매했지만, '베프'는 중고로 구입한 후에 강렬한 색의 레드 시트로 튜닝했습니다" 

"최근 바이크 목적지는 어디였으며, 그 때의 느낌도 궁금합니다"
"바이크를 함께 타는 친구 같은 동생이 있는데요, 대부분은 문화가 있는 곳을 항상 바이크로 찾아갑니다. 강원도 양양까지 장거리 투어를 가거나 스쿠터로 인근의 미술관이나 갤러리 오픈파티를 가기도 합니다.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전시를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저만의 '아트 바이크'는 새로 쓰는 일기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국내 아트기행과 더불어 일본, 유럽 등지를 바이크로 여행하면서 그 기록을 책으로 남기려고 합니다" 

안현정 바이커의 주행모습(사진=포토그래퍼 최성열)
안현정 바이커의 주행모습(사진=포토그래퍼 최성열)

"바이크를 타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제가 바이크와 함께 시작한 것이 꽃꽂이인데요,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이케바나오하라류(いけばな 小原流)' 입니다. 기존의 서양 꽃꽂이는 풍성함을 강조한 데 비해 동양 꽃꽂이는 앞과 뒤, 꽃의 여백과 사이 즉, '관계'를 보다 중시합니다. 바이크를 타는 것이 저에겐 삶의 여백을 만들고 관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삶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시원한 풍광과 아트가 살아있는 바이크 기행을 하다보면 그곳이 자연이든 도시 속이든 자아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여유와 깨달음이 생기는 것이 무엇보다 좋습니다"  

"바이크와 함께 하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예술기행을 아트 바이크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나를 풍경 삼는 하나의 가치 미학을 아트와 더불어 만들어 가는 과정이죠. '아트 바이크 큐레이션'을 주제로 다양한 여행 책을 낼 계획입니다" 

"내게 바이크는 'OO'이다. 공란에 들어갈 단어와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160센티미터의 키에 225밀리미터 사이즈의 작은 발로 250킬로그램이 넘는 바이크를 소화해내야 합니다. 이를 균형 있게 지탱하고 안전하게 라이딩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칙과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과잉해서 속도를 높여도 안 되고, 아무리 답답해도 장비를 갖추고 안전하게 타야 합니다. 이때 배우는 것이 ‘리스크 매니지먼트’고 그것은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치입니다. 바이크는 우리의 삶과 같습니다. 저에게 바이크는 급한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여백’이자 ‘여유의 미학’입니다" 

"마지막으로 바이크를 타려는 여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주변에서 제가 바이크를 타는 것을 보고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무엇보다 바이크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은 어렵고 위험합니다. 그만큼 기초체력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바이크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열정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