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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문화칼럼
  • 기자명 강정섭 칼럼니스트

[청년문화칼럼]청년 고독사, 주변인의 말 한마디로 막을 수 있다.

  • 입력 2021.08.03 15:42
  • 수정 2021.10.04 13:26
  • 댓글 0

-강정섭 한국청년비젼포럼 부회장

아플 때 도와줄 사람이 있는가? 돈이 필요할 때 빌려줄 사람이 있는가? 우울할 때 대화할 사람이 있는가? 사회적 관계와 고립의 정도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질문이다. 여러분의 가족이나 친구에게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6평 남짓한 오피스텔에서 31살 청년 A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방에는 대형 여행 가방 2개가 놓여 있었고 한 중소기업에서 활동하던 명함도 있었다. 회사 생활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취생활을 하던 청년이었다. A씨는 오피스텔 관리비를 3개월 치나 밀릴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방안에는 많은 쓰레기와 소주병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A씨가 절망에 빠져 나날을 살아간 것은 아니다. 방 한편에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5장씩 들어있는 파일이 30개나 나왔다. 생활고를 겪으며 힘들어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 직장을 구하려 노력했던 증거다.

청년 고독사의 가장 큰 원인은 취업이다. 본인의 노력에 비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못해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취업이 장기간 되지 않다 보니 대인관계가 무너지고 사회적인 고립이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취업이 된다고 해도 본인의 일상생활만 가능할 뿐 저축을 해서 미래를 꿈꾸거나 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청년층이 고독사 하기 전 생활 모습을 보면 취업을 위해서 생활하면서 작은방에 최소한의 물건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취업이나 공부를 위해서 최소한의 필기도구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만 있고 음식도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식품만 있을 뿐 집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먹은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청년이 사망하고 유가족에게 연락이 닿아도 시신 인도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는 유품정리업체에서 청년의 신상을 찾아 유가족에게 연락을 시도한다. 하지만 유가족은 버린 자식이라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며 시신 인도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청년은 가족이 있어도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되어 지자체 복지단체에서 간소한 장례만 치르고 바로 화장이 된다.

노년층은 지자체나 정부의 다양한 복지혜택으로 고독사의 위험을 미리 방지한다. 하지만 청년층은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들은 도움받기를 꺼려 한다는 인식과 함께 지자체나 정부에서는 청년의 외로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난 4월 1일 고독사 방지법이 시행되었지만 아직까지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청년층 고독사 실태조사나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년의 고독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사회적인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 현제 제도의 외곽에서 지원이 필요하지만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노년층과는 시각을 달리한 제도가 필요하다. 청년층에게 단순한 수당 지급이 아닌 다양한 교육 훈련, 소득·주거 지원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여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외로움을 겪는 청년에게 친구나 지인, 가족의 관심 어린 시선도 요구된다. 사소한 변화에 건네는 관심과 말 한마디가 청년의 외로움을 줄여줄 수 있다.

사회안전망을 갖춰 청년을 보호할 수 있지만 우울증이나 무력감을 가진 청년에게 당장 일자리를 지원하거나 현실을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주변인들의 관심으로 청년이 외로움에 빠지는 요소를 먼저 막는 게 우선시된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고 외로움에 빠진 청년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로 청년 고독사를 막을 수 있다.

강정섭 칼럼니스트. 한국청년비젼포럼 부회장
강정섭 칼럼니스트. 한국청년비젼포럼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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