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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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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특성화고 공무원시험 물리 일타 강사 “난 물포자였다” ②

역경 딛게 한 수험생들의 만족한 눈빛
공무원시험, 실강 수험생이 합격률 높아

Q. 첫 강의는 언제였나요? 강의하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강사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집 근처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고모님이 채점 아르바이트를 제안했고 대학생이었던 전 생활비를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당장 시작하게 됐죠. 당시 전 흔히들 하는 서빙 아르바이트는 꿈도 못 꿨어요. 증조할머니까지 4대가 한 집에서 살다 보니 워낙 집안이 보수적이었거든요. 

 

채점을 도와주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수님들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그 길로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석사를 졸업하고 고모님이 또 한 번 제안을 하셨죠. 이번엔 알바가 아니었어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과학을 맡아 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준비할 때만 해도 엄청 떨렸는데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까 정말 재밌었어요. 중3 애들하고 수준이 맞았다고나 할까요? 그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갔습니다. 고등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검정고시학원에서 직장인반과 주부반을 맡기도 했죠. 이어 재수학원과 공무원학원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군의 수험생들을 만나다보니 이젠 어떤 누가 와도 가르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Q. 시원시원한 성격 때문인지 큰 어려움 없이 15년간 강단에 선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다 지난 일이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어려움도 많았어요. 저보다 한참 어린 학생들에게 어설프게 가르친다는 얘기를 듣는가 하면 전 학원 원장에게 “실력 없다”라는 말을 직접 듣기도 했어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물 등 모든 과학 과목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컸지만, 맘처럼 되지 않았죠.

 

또 수강생은 많았지만 정작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어린 여선생의 일거수일투족에만 집중했어요. 물리 과목이라 특히 남학생의 비율이 높았고 사춘기 청소년들이다 보니 저를 놀리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았죠. 수업은 듣지 않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아졌고 급기야 짐을 싸서 학원을 나오는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Q. 어려움을 딛고 다시 강단에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를 힘들게 한 것도, 아이러니하게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학생들이었습니다. 한 며칠을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는데 자꾸만 학생들의 눈빛이 떠올랐어요. 완벽하게 수업을 마쳤을 때 만족하는 바로 그 눈빛이요. 당장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발전해 나가자고 다짐하며 다시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Q. 늘 경쟁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다행히 지금은 좀 벗어났어요. 하지만, 예전에는 수강시즌만 되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들어왔던 학생이 빠지고 지난달보다 수강인원이 줄어들면 자존심이 상했죠. 눈치를 안 볼 수가 없었어요. 그 시기만큼은 워낙 예민해져서 누구를 만나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어느 순간 초월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자존심 때문에 수업의 질이 저하되는 것보다 제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감사하고 그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이젠 강아지와 산책하면서 스트레스를 다스릴 줄 아는 지혜가 생겼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오늘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한 번 더 머릿속으로 그려봐요. 때로는 신선한 공기를 맡으면서 새로운 교수법을 구상하기도 하죠.

Q. 특성화고 공무원과 대학입시 두 곳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특성화고 공무원입니다. 강의는 가르치는 사람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상호 발전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는 강의죠. 저 같은 경우에는 수강생이 많을수록 힘을 얻는 스타일입니다. 최근 대학입시는 과학이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학교별로 개설하는 과정에 차이가 있어요. 학기별로 개설하는 과목이 다르다 보니 학원 강의는 소규모로 진행할 수밖에 없죠. 반면 특성화고는 100명 이상 수강하다 보니 수업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들의 눈빛을 보며 더욱 열심히 하게 됩니다.

 

특히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억지로 끌려온 게 아니라 자기 미래를 위해 선택한 만큼 확실히 수업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요. 억지로 졸음을 참으려고 하는 모습들도 사랑스럽죠. 그래서 전 다시 선택을 한다고 해도 공무원 수험생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누구인가요?

특성화고 공무원 수험생 중에 제주도에서 올라온 아이가 있었어요. 매주 비행기를 타고 실강을 들으러 왔었죠. 학생 어머니말로는 제주에는 젊은 애들이 직장생활을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더군요. 대부분이 여행 관련 건설업인데 비정규직에 몸으로 일하는 곳이 많다고 말씀하셨어요. 경찰공무원인 어머니께서 지역인재를 제안했고 1년 정도 공부한 끝에 교육청 공무원에 붙었어요. 비행기 표가 없으면 전날 올라와서 찜질방에 자고 또 수업이 끝나면 바로 내려가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합격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며칠 전에 또 어머니께서 학원에 상담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국가직 공무원에 도전할 둘째 손을 꼭 잡고 말이죠.

Q. 끝으로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수업은 되도록이면 실강 위주로 들었으면 합니다.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결국 실강을 꾸준히 들은 학생이 합격률이 높았어요. 직접 와서 수업을 들어야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죠. 인강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해요. 저도 얼마 전 공인중개사를 따려고 인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 결국 다 못 들었습니다. 성인인 저도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데 하물며 유혹이 많은 청소년은 오죽할까요.

 

덧붙여 질문하는 걸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모르고 지나간 부분이 언제든 출제될 수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게 있으면 즉시 그 답을 찾아야 합니다. 수험생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학원에서 ‘이것도 모르냐’고 면박을 주는 교수님도 있었다고 해요. 수험생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교수가 존재하는 건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끝으로 특성화고 공무원시험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체를 축복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성화고반을 개강할 때면 꼭 “1년만 선생님을 따라오면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을 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1년만 공부해서 20살에 공무원이 돼 정년까지 쭉 일할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입니다. 그런 기회가 있다는 것에 수험생들은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약 1시간의 인터뷰를 마치고 강의실로 향하는 그를 뒤따랐다. 책과 빨간색, 파란색 볼펜, 연습장을 책상에 올려둔 수많은 예비 합격자의 눈빛도 그를 주시했다. 15년 교수 생활의 모든 강의가 뜻깊다는 그에게 오늘 강의는 어떤 의미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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